영어 단어 외우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신나게 새 단어를 ‘발견’ 하고 달달달 외었다고 다짐하고는 금방 잊어버린다. 아침에 차를 타고 나오면서 Siri 의 검증 까지 받아 빙고 하면서 복권까지 샀는데도 사무실에 와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컴퓨터 켜고 나면 가물가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구름창고(애플 클라우드나 구글 클라우드, 드랍박스등 웹상의 저장공간)는 그야말로 ‘Must’ 이었다. 그날그날의 일과, 즉 해야 될 일 안해야 될 일, 기억하고 싶은 거 잊어버리고 싶은 거, 만나야 될 사람 안 만나야 될 사람 등등 전부가 구름창고 정보와 스케줄로 움직였었다.

때문에 새 단어를 하나 얻으면 구름 창고로 직행했다. 그리고 생각나면 집에서나 차에서나 사무실에서나 아니면 아무데서나 여백의 시간이 생기면 보고 또 본다. 그러면 언젠가는 그 단어는 내 것이 된다. 그 뒤로는 일본과 서반아가 따른다.

그런데 요즘은 구름창고를 버렸다. 뭐 버렸다기 보다는 옛날 무조건 믿었던 신뢰감이 조금 줄었다는 거다. 구름창고를 어느 깡패 한테 난도질당한 이유 때문이다. 별로 좋지 않은 꼴통의 생각으로 창고 하나가 터지면 나머지 창고가 있으니까 하는 소위 backup 을 믿으면서 창고를 하나하나 전부 고리로 꾀어 연결 시켜놓았었다. 자료 입력할 때의 편리함 때문에.......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깡패 아저씨가 창고 하나를 난장판으로 뒤죽박죽 해놓으니까 나머지는 덩달아 자동적으로 다 터진 거다. 적벽대전의 조조 꼴이다. 때문에 근래에는 창고마다 똑같은 자료를 각각 따로따로 입력해야 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러다 보니 또 좋은 점도 있다. 예로, 간단하고 똑같은 자료를 여러 창고에 각각 채우다 보면 옛날같이 Good old 꼴통 창고만으로도 해결되는 수가 종종 있으니 말이다.

얼마 전 이번에는 이메일을 난도질당했다. 주소 두 개를 교대로 쓰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당한 거다. 집을 하나 팔아 서류상 교통정리 하는 판국에 commanding post 가 폭격 당한바와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상대방 몇몇에게 새주소를 알리면서 문제는 해결되었다. 백악관이나 청와대와 그 당시 교신이 없었던 것이 천만 다행이다. 또 옛날 누군가 그렇고 그랬던 사람이 모처럼 맘먹고 메일을 했더라면 그건 어쩜 큰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상상은 많을수록, 난센스일수록 좋은 거다.

Penultimate. 사전컴을 찾아보니 처음 17세기에 쓰기 시작하고 라틴어 어원에 어쩌고저쩌고 꼬리표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이 뜻은 끝에서 두 번째라는 말이다. 일등하기가 어려운 만큼 꼴등한다는 것도 그만큼 어렵다. 그런데 꼴등에서 두 번째? 이건 좀 아니올시다 같다. 참, 평범한 식당에 가서 대여섯 개 정도 있는 와인 리스트중 제일 비싼 와인을 못 마실 바에는 차라리 제일 싸구려를 마시는 게 식당측 Penultimate 용병술에 이기는 스마트한 절감술 이다. Hypnopompic.

비몽사몽이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쓰기 시작했고 어원이 그리스 어쩌고 한다.

꿈나라에서 깨어나면서 정신 차리기 직전의 아롱다롱한 상태라는 거다. 어젯밤 여의도 뉴스에서 이런 사람들 많이 보았다. 도대체가 필름이 술에 삭았나 보다. Hypnosis(최면상태) 와 사촌쯤 되나보다. 아, 그날 밤 모임을 누가 왜 주선했고 밥값 술값 누가 부담했는지 알아보면 기억도 조금은 되살아날지도 모른다.

어떻든 대한민국은 하루빨리 세월호 autohypnotic(자기최면의) 상태에서 깨어나야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