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히 넓지 않은 포치에 분재가족이 또 하나 늘어나서 기쁘다. 침체돼 있던 안개가 걷히고 거침없이 곧게 뻗어 올라간 묵죽(墨竹)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후련해진다. 엇갈림 대층으로 뻗어 있는 작은 가지 상처 한 점 없는 잎새들이 질서정연하게 배열돼 있다. 공간을 바다인양 여백을 즐기며 속삭이고 있는 엽주(葉舟).
며칠 전 목격한 불쾌한 인간사 한 토막, 묵죽과 비교해 본다.
인간 기본예의가 무엇인지 사람이 모인 장소에서 기본 예의를 어느 곳에 팽개쳐 버렸는지 번거로운 예의 따위 나는 필요 없어 하는 그 오만함, 법정에 서게 되면 증인이 될 수도 있는 사람들이 두 눈 똑바로 뜨고 보고 있는 앞에서 기고만장 안하무인격인 인격모독적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그 만용, 그 언행은 들은 귀를 흐르는 물에 씻어야 했고, 그 손짓과 언어사용 능력은 나이를 의심케 했다. 예고도 없이 당하는 이유도 모른 채 일방적 공격을 당하며 분노를 인품으로 제어하며 말을 아끼고 있는 그 모습 보기가 민망했었다. 바쁜 세상에 차원을 논할 가치조차 없는 일, 한시라도 빨리 잊으라고 펜을 들고 있는 나의 눈앞에 ‘월하미인(月下美人)’ 이라는 이름의 열대식물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꽃의 지름이 약 10 cm의 유백색인 흔하지 않은 이 식물은 만물이 잠든 한밤중에만 활짝 피었다 아침에 소복이 오므라드는 꽃. 코를 바짝 대고 향을 맡아본다. 꽃 주위를 맴도는 향기는 중심부에 갈수록 색상도 짙어지고 그 향기는 신비감마저 들 정도로 매혹적이다. 가을이라 그 옆에 짙은 자줏빛 계관 맨드라미 꽃, 많이도 피었다. 어머님 장독대를 연상시켜 주어 향수에 젖어든다.
그래도 나에게는 묵죽이 으뜸이다. 사계절 한결 같으니까. 그런데 최근작은 아니고 이사 오면서 뒤섞인 책인 듯 쉽지 않은 분야에서 묵죽처럼 한길을 즐겁게 연구하고 있는 노학자(老學者)를 알게 되었다. 책을 통해. 노벨상 선정위원의 한 사람으로부터 100년에 한 번 있는 커다란 연구업적 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항체의 다양성 생성의 유전학적 원리해명’으로 노벨 생리학상을 받은 노학자이다. ‘정신과 물질’이라는 주제로 분자생물학에서 어디까지 생명에 대한 의문을 풀 수 있는가를 유명 언론인과 대담 형식으로 풀어나간 책이다.
1939년생이면서 인진(人塵)에 때 묻지 않은 어린아이같이 순수한 그리고 연구하는 행복한 그 모습이 연상되고 모든 사람에게 전파되어 함께 행복감을 갖게 한다. 또한 이 세상에는 생명을 아끼지 않고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우리는 왜 이 노학자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지 못하는가. 나이가 들수록 놓을 것은 놓고 구곡양장(九曲羊腸)같은 마음 싹둑 잘라버리고 가볍게 살아갈 수 없을까. 언어 행동은 그 사람 개인의 인격표현이다. 교육에는 정규교육도 있고 훌륭한 인품을 지닌 사람을 스승으로 섬기며 사사할 수도 있고 심산유곡에 들어가 삼천 척(尺) 용수가 낙하하는 소(沼)에 들어 앉아 몸을 씻고 심신을 단련하며 도를 닦는 방법도 있다.
물론 인격은 반드시 학력과 정비례 하는 것도 아니고 매사에 완벽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교육을 받아야 하는 이유와 목적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인간기본원리에 어긋나지 않은 올바른 판단력을 양성해 가는 과정이 교육일 것이다. 서양에는 격언도 많고 동양은 고사성어를 많이 사용한다. 영미(英美)인의 대화 속에는 위트가 넘치고 프랑스인은 에스프리(esprit)를 즐긴다. 독일 사람들은 헤르만 헷세가 저술한 ‘황야의 늑대’나 ‘차륜 밑에서’가 대표하듯 철학적이고 언어자체도 논리정연, 간결해서 오해의 논지가 없다. 우리 민족의 특성은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까. 근대에 와서 다혈질 성향에다 저돌적인 면이 없지 않으나 본질은 묵죽처럼 곧은 선비의 기상에다 언어행동이 신중하고 양반걸음처럼 여유만만 함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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