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셋째 주 한 주는 내게 특별한 시간들이었다. 잠시 맡고 있는 교회 사역을 떠나 공적인 출타를 하게 되었는데, 마침 공교롭게도 그 기간에 두 개의 일정이 연달아 잡혀 나름대로 바쁠 수밖에 한 주였다.
첫 번째 일정은 내가 속한 교단에서 행한 한인목회자 세미나 자리로서 가까운 리노에서 3박4일 일정으로 치러졌다. 9월 15일 월요일, 차에 몸과 짐을 싣고 리노를 향해 떠났다. 그로부터 3일 전 한 방화범에 의해 시작된 산불 때문에 80번 하이웨이의 하늘이 누렇게 떠 있었다.
도착한 리노 역시 이웃 주 캘리포니아에서 넘어온 스모그로 인해 온 도시가 칙칙한 냄새로 가득했다. 그 날만이 아닌 4일 내내 그랬다. 우리야 괜찮지만 서부의 맑은 가을하늘과 레이크타호의 장관을 보기 위해 멀리서 온 동부와 중서부 지역 목사님들의 실망은 적지 않았다. 이럴 줄 누가 알았으랴.
반면 초청강사로 오신 이동원 목사님(전 지구촌교회 담임목사)의 강의는 연기와 구름으로 뒤덮인 우리의 마음을 말끔하게 씻어 주었다. 그는 ‘목회자의 자기관리’라는 제목으로, 설교와 영성의 문제, 그리고 목회자적 삶의 자세에 대해 그의 빛나는 관록과 깔끔한 달변으로 후배 목회자들인 우리에게 잘 설명해 주었다. 여러 면에서 많은 도움을 얻은 자리였다.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연기를 뒤로 한 채 나는 두 번째 일정이 있는 동부 피츠버그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주말에 있게 될 한 교회의 부흥집회를 인도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집회는 유명 부흥강사가 아닌 나로서는 정말 오랜만에 가게 되는 외부 집회였다. 그 교회는 ‘절친 목사’가 목회하는 교회이기에 사실 긴장이 안 될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절친’이기에 더 잘해야겠구나, 하는 부담감이 아예 집회 시작부터 내 앞을 가로막고 있음을 깨달았다. 해서, 시종 긴장감을 가지고서 인도할 수밖에 없었던 집회였다.
그 교회는 두 개의 큰 대학이 있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이 교인의 절반을 차지한다. 닳고 닳아진 장년 이민자 1세와 풋풋한 젊은 2세 새내기들과 절묘한 동거를 하고 있는, 참 보기 드문 좋은 교회다. 설교자로서 이 두 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설교를 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 그 최선의 결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어차피 은혜를 부어 주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니, 나의 최선에 하나님의 일하심이 어떻게 작용했을지 하나님 그분께 여쭤 보고 싶을 뿐이다.
사실 다른 데 여행을 다녀오다 보면 내 집만큼 좋은 데가 없다는 생각들을 다 한다. 나 역시 그런 마음을 품고 돌아왔다. 여전히 스모그 냄새가 코를 찌른다. 하지만 내 집, 내 교회가 역시 최고였다. 여행 중 여행자에게는 많은 일이 벌어지기에 돌아올 때의 그의 마음은 대체로 환영받는 느낌을 갖는다. 사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그냥 평범한 일주일을 보내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나 역시 그들과 아무 상관없이 그런 환영을 받고 있다는 착각을 하면서(착각은 언제나 자유!) 새크라멘토에 입성했다.
이번 시리즈 여행과 관련된 두 사역은 목회와 신앙 차원에서 궁극적으로는 ‘같은 종목’이기도 했지만, 또 다른 차원에서는 전혀 ‘다른 종목’이기도 했다. 한 군데서는 공급을 받았다. 다른 한 군데서는 공급을 해 주었다. 세미나는 나의 목회적 영성을 보강 받는 자리였다. 부흥회 인도는 내가 갈고 닦은 영성을 남에게 제공해 주는 사역이었다. 받았으니 남에게 준 것이다.
우리의 삶이란, 특별히 신앙생활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은혜를 받고 은혜를 나누는 게 신앙생활이다. 이 세상엔 받지도 않았으면서 남에게 주겠다고 설치는 자들도 있다. 또 받았으면서 남을 위해 나누지는 않고 자기만족적인 삶만을 위해 사는 자들도 있다. 받았으면 줘야 하고, 주기 위해 또 받아야 한다. 그 한 주간은 내게 이 둘을 공유할 수 있는 축복의 한 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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