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을 듣고 있으면 가끔 찾아 오는 친구에게 ‘우아 때리고 있냐?’고 인사를 받곤한다. 그’우아’라는 낱말이 좋은 의미에서의‘우아’인지 아니면 클래식을 싸잡아서 여성스럽다(?)는 표현으로 비꼬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그 우아라는 낱말이 기분 좋게들릴리는 만무하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들이정말 좋아하는 것에는 ‘우아’라는 표현을 잘쓰지 않는다. 시쳇말로 ‘짱’이나 ‘폼난다’는표현은 쓸 망정‘ 우아’하게 정말 좋은 것이란없다. 오히려‘ 우아’라는 표현 속에는 다소 거리감을 두고, 자신은 그 대상에서 제 3자라는 심리표현이 강하게 들여다 보인다.
수년 전 TV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전파를 탔을 때, 그 드라마를 만든 제작자(PD)의 인터뷰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의 말인즉슨, 한 편의 드라마가 성공하기 위해서는얼마나 많은 숨은 사람들의 노고가 필요한가하는 것이었고, 더욱 힘들었던 것은 PD자신이 음악을 전혀 모르는 (문외한인) 상태에서드라마를 제작했다는 점을 크게 강조했다. 그것도 음악에 대해 문외한이라는 사실이 무슨큰 자랑인 것처럼 늘어놓는 부분에선 어쩐지실소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사실이 그랬던것 같다. 우리가 자랄 때만해도 우리사회에서음악은 그저 엑스트라이거나 사치품이었고,생활(정서)의 중심부에서도 늘 한참 밀려나있었다. (지금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학교 주변에는 도서관은 많았어도 음악 연주를격려하기 위한 공간이나 무대는 거의 전무하다시피했다. 글 잘 쓰는 아이는 크게 인정받았어도 음악 잘하는 아이는 그저 별난 아이로 취급받았을 뿐이었다.
‘ 백조의 호수’라고요? 그게 무슨 칙칙폭폭스키의 음악이냐? …크게 별 볼일 없는 것이 대세였고 무슨 톨스토이나 도스또엡스키(의 소설)쯤은 읽어야…혹은 괴테나 헤르만 헷세의 시 한 줄이나 읖조릴 줄 알아야 지식인 취급받았던 것이 사회 정서였다. 그것이 나의 경우에만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만 아무튼 차이코프스키에 대한선입관은 그랬고 특히 ‘백조의 호수’는 우리정서에서는 거의 정착되다시피한‘ 우아 때리는 음악’의 표준이곤 하였다.
백조는 고니… 즉 호수 등에서 사는 오리과의 새를 말한다. 목이 길고 하늘을 나는 모습이 어딘가 고독과 그리움을 담고 있어 많은예술작품에 인용되어 왔다. 시벨리우스의‘ 투오넬라의 백조’ , 생상스의‘ 백조‘ 등 많은 작곡가들이 백조를 그린 바 있지만 가장 유명한 작품이 바로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일 것이다. 4막으로된 발레로서 1877년에초연됐는데, 당사자인 차이코프스키는‘ 백조의 호수’가 성공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생전에 있었던 2 차례공연은 안무 미숙 등으로 참담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는데, 그가 죽은 뒤에야 조명받기시작한‘ 백조의호수’는 추후 100년간 발레 음악을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예술로 추앙받게 되었다.
우리는 (백조의 호수처럼) 백조의 우아한모습은 알아도 백조의 그 본질은 잘 모를 때가 많다. 우울증을 앓았던 차이코프스키에게있어서 고독은 그에게 병이었지만 또 음악을통해 우아하게 날 수 있었던 명분이기도 하였다. 비창, 피아노 협주곡 등 수많은 명곡을남긴 차이코프스키였지만 특히 발레는 그가평생을 통해 일궈낸 운명같은 예술이었다. 음악과 춤의 랑데뷰… 그것은 현실이라기보다는 어딘지 동심의 세계… 이 세상에는 없지만또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는… 마술램프속의… 차이코프스키만이 담아 낼 수 있었던환타지였자 백조의 날개이기도 했다.
세상에 트라우마(마음속의 상처) 하나쯤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특히 우리(한국)사회처럼 독하게 갈라져 있는 사회일수록 그트라우마의 골은 더 깊은지도 모른다‘. 짱’ …‘폼’나게 산다는 것… 사실 그것은 별 것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아름답게 날고 싶다는꿈… 그것이야말로 어쩌면 고독한 현실에서유일하게 남은 우리들의‘ 트라우마’ … 외로운… 백조의 꿈은 아닐까? 고혹한 가락… 풍요로운 하늘가로 인도하는… 그 우아한 ‘ 백조의 호수’ 속으로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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