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들어섰는데 요즘 버클리는 갑자기 여름보다 더 덥다. 맑은 하늘에 빨갛게 물든 단풍과 함께 찾아온 인니언 서머 덕분에 괜히 기분이 상쾌하고 활기차게 되는데, 지나가는 여름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어 좋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미 옷장은 가을 겨울옷으로 채워 놓은 터라 치솟은 온도에 난감하다. 여름옷이 필요 없을 거란 생각에 8월 말에 한국에서 떠날 때 반바지 반팔을 다 놓고 온 탓이다. 올 때 긴가민가 하면서 챙기지 않고 두고 온 게 후회될 뿐이다. 이렇듯 예측 불가한 일들은 생기기 마련이고 덕분에 그 전에 한 선택을 시간을 돌려 뒤바꾸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선택하거나 결정을 내리면 기회비용이 생기기 때문이다.
누구나 후회하는 선택을 하기 싫어하는데, 나는 좀 그런 성향이 너무 심한 편이다. 정말 가끔은 결정장애라고 느껴진다. 사소하게는 쇼핑을 가서 어떤 옷을 사야 할지 고민돼 갔던 매장을 여러 번 방문하는 걸로 시작해서 수강신청을 할 때 힘들더라도 모든 수업을 다 등록하고 일일이 가보며 하나씩 수강포기를 해나간다.
친구들과 밥 먹으러 가서도 그 식당에서 제일 인기 많은 것으로 고르거나 친구들이 먹는 것으로 고르는 편이다. 취향이 없어서 이런 건가 생각해 보면 또 아니다.
그렇다고 취향이 확고한 것도 아니다. 새로운 걸 시도하고 싶어하지만 위험 부담이 있을까 너무 무서워하며 대담하지 못한 우유부단한 성격이 문제인 듯하다. 요즘 들어 가장 큰 고민은 다음학기에 중국으로 교환 학생을 갈지 말지 선택하는 것이다.
교환 학생을 신청한 이유는 직접 중국에 가서 중국어를 더 배우고 현지에서 언어를 경험해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막상 가려고 하니 여기서 하던 공부를 마저 먼저 끝내는 편이 나은가 싶기도 하다.또, 대학교 3학년이 되니 졸업 후에 대학원을 가야 할지 취업준비를 해야 할지 지금 결정적인 선택을 잘 못하면 어떡하나 싶어 결론이 안 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한다. 세상은 넓고 매일 생명, 기술, 정보, 그 무엇이 됐던 새로운 것이 탄생하는데 모든 길을 다 가볼 순 없다. 안 가본 길이 궁금하고 더 나을까 고민되는 건 당연지사이다. 하지만 알맞을 때에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결단력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얼른 결단력을 키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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