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대학기숙사로 입사한, 엄마가 해주는 음식은 무엇이든 맛있다는 딸이 없으니 요리도 하기 싫다. 잘 먹는지 아픈 건 아닌지 걱정이다. 아플 때 친정엄마가 해주시던 된장찌개가 그리운 데, 딸은 나중에 나를 어떤 음식으로 추억해줄까?
서양인에게 몸살감기의 특효약은 정성껏 끓인 닭고기 수프라고 한다. ‘영혼의 닭고기 수프’라는 책이 사람들을 감동시킨 이유 중에 제목이 주는 따뜻함도 있지 않을까. 지친 삶에 힘을 주는 엄마표 보양식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딸이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게 될까 마음쓰인다. 하기야 집에서 한 음식도 유전자변형식품 등 식재료의 안전성을 보장받기 힘든 세상이다.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한다. 바쁠 땐 드라이브쓰루 음식도 고맙지만 풍요한 문명 속에 오히려 영양결핍이 되기 쉽다. ‘슬로우푸드(slow food) 운동’이 80년대에 시작되었다. 대량생산 등으로 표준화된 맛 대신 지역특성에 맞는 전통음식을 계승하고 건강식으로 미각의 즐거움과 행복을 누리자는 것이다. 인간을 즉흥적이고 성급하게 만드는 속도제일주의에 저항하며 품위있고 느긋한 삶을 지향한다. 가끔은 레스토랑에서 코스요리로 정겨운 교제와 함께 음식을 즐겨보면 어떨까.
탁월한 미적 감수성으로 화려한 프랑스 정식요리가 아니라도 여유로움만으로도 좋을 듯 싶다. 외식문화의 발달과 식문화의 세계화로 각 나라의 고유음식을 맛볼 기회도 많다. 각기 다른 문화풍토, 역사 및 식습관 등을 이해, 존중하면서 맛을 음미하다보면 인종과 이념도 넘어 좀더 열린 마음이 되지 않을까.
국수는 긴 면발로 지구를 둘러 변신하는 데, 특히 이탈리아의 파스타는 대중성도 확보하면서 세계인의 식탁에 놓인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우리 고유의 맛에다 현지 환경에 맞는 창의적 변신을 기대해본다. 잊지 말 것은 음식을 준비한 손길에 감사하는 것이다. 최고의 레시피는 열정이라는 자세로 하겠지만 요리는 열과 불에 노출된 위험한 노동이기도 하다.
혀로 좋은 말을 하고 또 맛을 즐기되 인생의 단맛과 함께 쓴맛도 감수해야 진정한 미식가라 하겠다. 애피타이저로 삶의 의욕을 돋구고 메인 디쉬와 대화로 힘을 회복한 다음 달콤한 디저트로 사랑을 채우자. 이제 살맛 나는 맛있는 세상을 요리하러 삶의 현장으로 출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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