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는 일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다. 70명 임금들의 엄지손가락과 엄지발가락 잘라버린 사람 역시 자신의 엄지손가락과 발가락이 잘리게 되는 상황에서 ‘내가 한 대로 갚아지는구나’하고(구약성서, 판관기) 깨닫는 이야기처럼 내가 남에게 끼친 영향이 나에게 되돌아오는 부메랑 현상이 찾아온다.
50대의 경희씨는 음주운전수의 실수로 자동차사고를 당한 후에 사고후유증에 시달렸고 운전대를 잡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최근에 다시 운전을 시작했지만 반대편에서 오는 차들이 중앙대를 넘어오는 착각에 사로잡히면 온몸이 마비되고 눈앞이 캄캄해져서 운전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었다. 서서히 무서움을 극복한 경희씨는 예전같이 운전을 하게 되었다.
며칠 전 운전 중에 낙엽이 굴러오듯 옆 차가 경희씨 쪽으로 다가왔고 얼떨결에 핸들을 꺾어서 다음 차선으로 옮겼다. 상황은 피했지만 심장이 터질 듯 쿵쿵거리고 겁에 질려 펑펑 울면서 집에 온 경희씨는 울분에 찬 목소리로 남편에 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그는 빙그레 웃으면서 “이렇게 멀쩡하니 다행이네” 하고 말머리를 돌렸다. 사건보다 그 속에 담긴 경희씨의 ‘놀란 마음’을 알아채지 못하고 딴청부리는 남편이 얄미웠고 섭섭했던 경험을 통해 자신도 남의 속마음을 읽지 못했던 경우를 되돌아보았다. 경희씨는 자주 마주치는 옆집 아주머니를 수다스럽다고 은근히 피해왔다.
미국남편과 사는 아주머니는 영어로 시원하게 소통을 못하니 경희씨를 만나기만 하면 가슴에 쌓아두었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예전에 했던 말들까지 되풀이하는 아주머니가 눈치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경희씨는 건성으로 듣곤 했었다. 그리고 이야기들 속에 담긴 ‘답답하고 외로운 아주머니의 마음’은 결코 읽지 못했었다.
우리가 경험한 일들은 “나도 그랬어”라며 동감하지만 접해보지 못한 일들은 빠른 판단으로 마음을 닫고 무심하게 흘려 듣는다. 그러다가 내가당하고 나면 태도는 달라진다. 오늘 경희씨는 옆집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의지적으로 귀담아들으면서 속마음까지도 위로해주며 그녀를 꼭 껴안아 주었다.
경희씨는 자신이 외면당했던 경험을 토대로 남의 마음을 들으면서 그들의 느낌을 공유하는 것이 이웃사랑의 씨앗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런 깨달음을 통해 거듭나는 것은 새로운 환경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현재 환경 속의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용기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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