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길을 건너던 중 횡단보도 중간에서 일순간에 ‘학교’가 한길에 쏟아진 일이 있었다. 필자는 ‘학교’의 조각들을 주워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윽고 이것저것 서류와 책들 한 뭉치를 가슴에 안고 길을 건넌 후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것이 초창기의 한국학교 사정이었다.

서류와 교육 자료는 잡다하게 많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장소와 시간 여유가 없었다. 종이로 된 샤핑백에 담아가지고 다니다가 그 종이백이 찢어진 것이었다. 말하자면 샤핑백은 학교의 사무실이었다. 그럼 현재의 사정은 향상되었는가. 그것이 ‘별로’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교회에 속하거나 어느 단체 소속은 그런대로 형편이 낫겠지만, 학교 건물을 차용할 경우는 사무실 공간을 빌리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주중에 살필 일들이 대부분이어서 아직도 각 교사의 손가방이 분산된 사무실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어떤 분의 호의로 그의 판매점 안에 있는 뒷방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거기서 교사 두 명이 사무를 보고 있는데 별안간 전기가 나갔다. 가게 일이 끝나 판매원들이 전기를 끄고 문을 잠그는 것이었다. 뛰어나가 소리치며 문을 두드렸지만 허사였다.

핸드폰이 있는 시대도 아니었고, 깜깜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꼼짝없이 어둠 속에 갇히고 말았다. 그러다가 방 위쪽에 조그만 창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몸이 가냘픈 친구가 그 창으로 나가다가 밖에 굴러 떨어져 상처를 입었다. 그래도 그의 전화로 판매원이 다시 와서 문을 열어주었다. 모두 한국학교의 옛이야기다.

무슨 일이나 초창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 어려움을 하나씩 헤쳐 나가지 않는다면 일을 진행할 수 없다. 장애물 경주를 생각해 보자. 필자는 가끔 인생을 장애물 경기에 비유한다. 그런데 문제는 장애물이 너무 여러 종류인 점이다.

높이 뛰어넘어야 할 때, 심신이 서너 바퀴 굴러야 할 때, 좁은 구멍으로 기어나가야 할 때, 소리 질러야 할 때, 남과 악수를 해야 할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을 때 등 잡다한, 그런 장애물이 계속하여 이어지는 것이 인생이라 느껴진다. 그렇다면 이렇게 잡다한 장애물을 지나가는 비결은 없을까?

어차피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라면 그것을 즐길 수밖에 없다. 삶의 자극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려움을 극복할 때마다 쾌재를 부르며 앞으로 나갈 일이다. 다행한 일은 장애물 하나하나가 모양, 색깔, 크기가 달라서 그것을 즐길 수 있다. 울면서, 아파하면서 지내야 할 일들이지만, 생각에 따라서는 예사롭게 넘길 수가 있다.

이만한 일이 없다면 심심하겠지 하고. 내 생활력을 시험하는 장애물들이니 하나씩 차례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고.

사람의 일생은 ‘변화무쌍하여서 살만하다’며 즐기는 것이 현명한 줄 안다. 인생이 너무 잠잠하고, 아무런 자극이 없어도 불평이 따르지 않겠나.

장애물을 극복하였을 때의 기쁨은, 그 장애물이 준 어려움에 정비례한다. 한국학교들이 초창기에 겪은 어려움만큼 교사와 학생 당사자들이 느끼는 기쁨이 있다.

장애물 경주의 선수들은 바로 우리들이다. 각자가 지닌 지혜와 기능으로 이를 극복할 때 우리의 삶은 깊이, 기쁨, 보람 등을 느끼며 밝은 색채를 띤다. 그래서 ‘장애물’에 또 다른 이름이 있다. 그것은 ‘도약대’이다. 어려운 일들은 삶에 방해가 되는 일이 아니고, 위로 뛰어오를 수 있는 도약의 발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