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은(사진 81) 시인이 지난 7일과 9일 하와이주립대 한국학연구소(소장 이상협)에서 시 낭송회를 갖고 시인의 파란만장했던 삶과 고뇌를 참석자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게리 박 UH 영문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시 낭송회에는 영국 출신으로 한국에서 30여 년간을 생활해 오며 고은 시인의 작품 세계를 연구하고 30여권의 문학 작품들을 번역해 한국의 문학을 세계에 알리는데 공헌 해 온 안선재(72, Brother Anthony) 서강대 명예교수가 시인이 낭송한 작품들을 동시 통역해 현지인들의 이해를 돕기도 했다.
하와이 지역사회 주민들과 동포들과 함께한 9일 낭송회에서 고은 시인은 첫 작품으로 하와이를 방문한 소감을 읊은 ‘하와이는 텍사스 보다 큽니다’라는 제목의 시를 낭독하며 “태평양 전체가 캠퍼스인 하와이에 계신 여러분은 그 커다란 바다 위 선실에 앉아 계신다. 내가 7살이었던 1941년에 ‘하와이’라는 고유명사를 처음 들었고 진주만이라는 이름도 처음 들었다. 많은 분들이 죽고 배가 많이 가라 앉았다. 그때부터는 하와이를 가슴속에 가지고 있었다. 이후 20세기 초에 7,000여 명의 이민자가 하와이에 왔고 사탕수수 농장에서 피땀을 흘리며 지금의 그 후손들이 있게 한 선조들의 노력을 알게 됐다. 그 3대 손이 이곳에 앉아 있는 게리 박 교수”라고 소개했다.
고은 시인은 낭송 첫 부분에서는 선시(禪詩)라는 독특한 장르의 시들을 소개하며 “게리 박 교수와 하와이의 높은 산들을 돌아보고 왔다. 아마도 하와이에도 오래 전에는 샤먼(주술사)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한국의 샤머니즘과 폴리네시아의 샤머니즘을 비교 종합하는 연구를 UH 한국학과의 주도로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고 싶다. 내가 만약 훨씬 이전에 하와이와 인연이 닿았더라면 하와이의 샤먼들과 만나 많은 공부를 했었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한국의 불교와 유교, 도교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하와이에서도 풍성하게 꽃피울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낭송 후반에 들어 고은 시인은 70년대 당시 옥살이를 하면서 쓴 저항시들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넬슨 만델라에게 헌정한 시, 그리고 망국의 한을 노래한 ‘어느 전기’라는 제목의 시를 통해 ‘폐허의 주검 사이에서 모국어가 살아나 나의 시는 애도이자 환생이 되었다’고 말했다.
분단된 한반도의 비극에 대해 노래한 시 ‘휴전선’에 이르러서는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한반도는 갈라져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세계사에 한반도는 늘 갈라진 상태로만 참여해 왔다. 스페인에 한번 갈 일이 있었는데 나를 북한의 시인이라고 소개하더라. 그래서 지금도 해외에서는 사우스 코리아의 시인이라고 강조하지만 나의 꿈은 ‘노스’건 ‘사우스’의 구분이 없어진 ‘코리아’의 시인이라고 불리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백 년 안에 한반도는 통일이 된다. 그 시기를 준비하며 시를 읽겠다”고 말했다.
고은 시인은 이날 마지막 작품으로 강제이주 당한 연해주 고려인들의 삶을 기린 ‘아리랑’을 낭독하며 그 후손들과의 만남에서 우리의 노래 ‘아리랑’을 처음 접하는 어린 아이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하는 장면을 기억에서 지울 수 없었다고 회고 했다.
고은 시인은 영어권 최초의 시(詩) 전문 월간지 ‘포이트리’(Poetry)를 발행하는 ‘포이트리 재단’ 초청으로 시카고 팬들과 만남을 갖고 귀국길에 하와이를 방문했다.
<김민정 기자>
<사진설명: 게리 박 교수가 안선재 교수와 고은 시인을 소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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