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끼리는 소곤소곤하지만 수군수군 험담하고, 화나면 속이 부글부글 끓지만 된장찌개는 보글보글 끓는다. 양성모음은 밝고 가볍고 작은 느낌이고 음성모음은 어둡고 무겁고 큰 이미지다.
의성어, 의태어는 외국인에게 어렵고 다른 언어로 옮기면 어감을 살리기 힘들지만 내겐 참 정겹고 좋다.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딴 과학적인 자음과 하늘, 땅, 사람을 뜻하는 철학적인 모음을 토대로 가획의 원리로 글자를 확장한 한글의 가치는 디지털 시대에 더욱 빛난다.
자모의 조합을 통한 유연성은 컴퓨터 자판에 기계화하기 쉬워 한국이 IT강국이 되는데 기여했다. 새로운 문자연구로 잠 못 드는 달밤에 무심코 격자문을 바라본 순간, 아 거기에 ㄱ, ㄴ, ㄷ.., 문고리는 ‘ㅇ’으로 하고.. 창문 상형설은 한글창제의 가설일 뿐이지만 세종의 간절한 마음이 이랬을 것 같다.
1940년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으로 제자(制字)원리가 밝혀져 그 우수성에 세계가 놀랐고 이는 유네스코에 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고통받는 무지랭이 백성에게 문자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보여주려는 세종의 열망은 한자우월주의에 빠진 사대부들의 반대라는 험난한 산을 넘었다. 이후 서민층에 의해 명맥을 유지하다 일제강점기에는 소멸 위기에 처하는 아픔까지 겪어낸 한글이다.
그가 우리시대의 롤모델이 되는 이유는 탁월한 리더십에 있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무조건적 권위보다 토론을 통해 설득하며 소통하고자 했다. 하지만 백성을 긍휼히 여긴 인간미가 최고의 덕목이 아닐까. 한글창제뿐 아니라 장영실을 통해 천문학 등 농업 관련 분야의 수많은 과학기기를 발명하게 한 것도 백성을 위해서였다. 화제의 영화 ‘레 미제라블(불쌍한 사람들)’이 주는 감동도 컸지만,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弘益人間) 정신에 닿아있는 그의 마음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세종의 이름을 딴 각종 기관은 사리사욕보다 그의 마음으로 세상을 밝히는 바른 소리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휴대폰 문자메시지에 한글을 바르게 사용하고 상대방과 유익한 소통을 나누는 것도 그의 마음과 통하는 것이다. 한글학교 아이들이 "반짝반짝 눈동자에 방긋방긋 웃는 얼굴로 덩실덩실 춤추는 세상 만들어보세. 가나다라 한글 만든 세종대왕 마음으로~"라고 노래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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