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의 꽃말은 ‘소녀의 순정’이라고 한다. 향기도 없고, 아름다운 꽃은 아니지만 어딘가 모자란 듯 —한들한들— 가을 하늘처럼 애뜻해 보이는 꽃이다. 서양에서는 코스모스를 ‘질서’ 즉 우주에 비유하기도 하며, 잎이 수수하여 신이 만든 최초의 꽃이라 부르기도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 … 지나침은 (다소)모자람만 못하다는 격언은 고금의 진리이지만 예술가들의 경우는 다른 것 같다. 장미를 탐(?)하다 장미(가시)에 찔려 죽은 릴케의 경우도 있지만 (작곡가)말러의 경우, 장미는 바로 아내 알마였다.
다소 빈한한 가정에서 태어났던 말러는 풍부한 감성의 소유자로서 성격은 수수한 편이었는데, 여자만큼은 화려함이 좋았는지 가장 예쁘고 아름다운 사교계의 꽃 알마 쉰들러라는 여자와 결혼하게 된다. 알마 쉰들러하면, 20세의 대표적인 팜 파탈(암거미, 죽음의 여인)로서, 20세기 초 유럽의 저명인사 리스트는 모두 알마 쉰들러의 생애에서 나온다고 할만큼 정열의 여인… 요부가 바로 알마였다. 알마는 생애 3번을 결혼하게 되는데(거쳐간 남자는 더 수도 없이 많았지만), 당대의 저명한 화가 에밀 J. 쉰들러의 딸로 태어나 화가 클림트, 영화감독 막스 부어카르트, 작곡가 알렉산더 쳄린스키 등과 염문을 뿌리다 22세 때 말러(당시 40세)를 만나 결혼하게 된다. 말러가 사망한 뒤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 작가 프란츠 베르펠 등과도 결혼하게 되지만 그녀가 진심으로 사랑한 건 오직 그들의 재능과 명성이었을 뿐이었다.
말러의 교향곡 9번은 흔히 죽음을 예감하고 쓴 차이코프스키의 ‘비창’등과 비견되곤하는데 작곡가인 말러가 초연을 보지 못하고 사망, 유작으로 남게된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1악장은 서양음악같으면서도 동양음악같고, 클래식이면서도 어딘가 팝같은… 묘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곡이다. 아마도 말러가 인생의 허무함… 죽음을 앞두고 삶을 다소 관조적으로 본 탓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교향곡 9번을 작곡하던 당시 말러는 건강상태가 엉망이었을 뿐만 아니라 아내였던 알마가 완전히 마음이 떠나 다른 남자(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와 염문을 뿌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러는 영리하게도(?) 알마의 남성 편력을 크게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교향곡 8번(千人)등을 알마에게 바치며 이혼보다는 그녀가 마지막까지 가정을 지킬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교향곡 9번은 죽음을 앞둔 말러의‘이별’교향곡으로 부르지만 이별이라기 보다는 어딘지 달관한 삶의 여유라고나할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날 준비가 됐다는 철학적 여유… 회상의 아름다움이 깃든, 말러의 교향곡 중에서도 가장 예술적인 향기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가을이 그렇듯… 낙엽의 소멸… 포기의 용기도 아름답다. ‘ 9번 교향곡’에‘이별’이라는 제목을 붙인 사람은 지휘자 멩겔베르크였다. 말러가 자필악보에 적어놓은 문장‘오 젊음- 사라진 것이여, ‘오 아름다움- , 세상이여 안녕히’라는 문장들 때문이다.
’침울한 장례식처럼’연주하라는 지시도 마지막임을 예감케 하지만 아다지오로 끝나는 4악장도 이 교향곡의 최고봉으로 꼽는다. ‘코스모스 교향곡’이란 말러의 9번 교향곡이 아름다워 가상으로 붙여본 이름이지만, 이름을 붙여보니 너무 어울리는 것 같다. 요란하지도, 농염하지도 않는 가을의 꽃… 나그네의 길목에 서서 순박하게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모습… 그 수수한 삶으로 남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무서운 배반의 현실 속에서도 꿈꾸는 자만의 여유… 치열한 여름(젊음)의 상처를 뒤로 하고… 여유롭게 지난 날을 돌아보는 계절… 가을 속으로 코스모스를 찾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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