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마당 숲속에 나가보니 가냘픈 꽃들이 속삭이고 조금씩 물들어 가는 나뭇잎들이 햇살 속에 반짝이고 있다. 손꼽아 보니 미국에서 39번째 맞는 가을이 된다. 덧없이 지나간 시간 속에 허무감을 느끼는 건 가을이기 때문일까? 청운의 꿈을 안고 미국에 와서 공부도 하고 삶의 터전을 닦느라 애썼던 미국 초기의 내 생활은 나름대로 열심이긴 했지만 부딪치는 게 많았다. 다른 언어와 습관, 새 환경의 적응 등 여유가 없었다. 처음 미국생활에서 느낀 것은 이곳의 삶이 매우 여유롭고 모든 걸 순리대로 한다는 점이었다.
식당이나 은행, 공항 등에서 보면 누구하나 새치기하는 사람이 없고, 남을 배려하며, 불평 없이 농담하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고 이상하게까지 여겨졌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했던 나로선, 처음엔 갑갑하고 융통성이 없는 생활에 힘들었다. 살아가면서, 천천히 그러나 철저히 해놓는 그 방식이 좋은 걸 알았고, 이젠 그 삶에 익숙해졌다.
며칠 전 아침엔 늦잠으로 늦은 데다 예상치 못한 도로공사로 인해 교통체증이 생겨 약속시간에 30분을 지각했다.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젊어서 같으면 속이 까맣게 타 올랐을 텐데 이젠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자신을 위로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이 조금 더 넓어 보이고 여유롭고 평화로운 마음이 생긴다. 무관심했던 친구들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마주치는 사람들을 정성으로 대하게 된다.
몸이 아프고 마음에 고통이 있는 사람을 보면 가슴이 아파오고, 다가가서 위로하고 싶다. 진심어린 사랑으로 남을 대하게 되면서 성숙되어 가는 자신을 느낀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나를 초월하는 가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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