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위해 성직 떠난 가톨릭 사제, 15만명도움 주는 각국 서포트그룹도 계속 증가
▶ 이탈리아 여성들 교황에‘독신주의 폐지’ 요청 서신
이탈리아 로마의 한 가톨릭 사제와 그의 연인. 4년 동안 사랑을 해온 이들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사랑과 갈등, 불안과 좌절 등은 솔직히 털어 놓았으나 신분을 밝히는 것은 두려워 못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들이 사랑하려고 계획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사랑에 빠졌다. 악의적인 가십의 대상이 되길 원한 적 없었지만 그들은 지금 가십의 대상이다. 그들은 남의 눈을 피해 몰래 만나 은밀한 사랑을 하는 생활을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로마 가톨릭교회의 금기를 어기고 한 사제와 한 여성이 사랑에 빠지면서 그들의 삶은 고통과 절망의 그늘진 음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사람들은 저를 더러운 악마처럼 봅니다”라고 사제와 사랑에 빠진 그녀는 말했다.
이탈리아 로마의 한 호텔에서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인터뷰를 갖는데 동의한 두 연인은 그러나 부모와 친지들의 반응이 두렵다며 신분을 밝히는 것은 못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미 둘 사이를 짐작하는 부모들의 반대가 더 심해지고, 그들의 관계가 플라토닉 이상일 것으로 의심하는 친지들이 경멸을 감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연이 공개되면 난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사제는 말했다. 그러나 “고통을 겪으면서 이런 부당함을 바꾸기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인터뷰에 합의했다고 그의 연인은 덧붙였다.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런 관계에 대해 설명하기란 너무 어렵다”라고 지난 봄 교황에게 보낸 공개서신에 서명했던 26명 여성 중의 한명은 말한다. 사제와 사랑하는 사이인 그는 “우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지 교황이 알아주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9월 바티칸에서 가톨릭 세계주교 대의원회의(시노드)가 열리기 직전 교황에게 다시 서신을 보냈다. 약200명의 주교들이 모여 현대사회에서 가톨릭 가정이 직면한 문제들을 토의한 이번 시노드는 상당한 관심을 모았다. 일부 바티칸 전문가들은 교황 바오로 6세 때 사제의 독신주의 서약이 뜨거운 이슈였던 1971년 시노드와 비슷한 정도였다고 말한다.
당시 열띤 논의 끝에 시노드는 독신주의 서약을 재확인했으며 그후 40여 년 동안 이 문제에 대한 공식적 검토는 없었다. 금년 10월 시노드에서 이 이슈가 다시 제기 될 것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또 한 번 실망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미국, 오스트리아, 아일랜드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변화를 촉구하는 사제 단체들이 증가하고 있다.
사제 독신주의에 대한 도전자들은 세계적인 사제 부족현상을 지적하며 독신 서약 때문에 사제가 되려는 많은 젊은 사람들이 성직을 포기한다는 연구결과들을 소개하고 있다.
성직을 떠난 사제들의 서포트 그룹인 영국의 ‘어드벤트’에 의하면 영국과 웨일즈에서 지난 50년간 결혼하기 위해 성직을 그만둔 사제들이 1만 명에 이른다. 그 자신 결혼하기 위해 사제를 그만 둔 ‘어드벤트’의 리더 알렉스 워커는 사제부족 현상은 전 세계 교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한다.
또 다른 그룹인 ‘지금은 결혼한 사제들(Married Priests Now)’은 결혼하기 위해 성직을 떠난 사제들이 미국에만 2만5,000명, 세계적으로는 약 15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 그룹은 8년 전 잠비아 루사카의 전 대주교 엠마누엘 밀링고가 설립했는데 밀링고는 2001년 문선명 총재의 집전으로 통일교 합동결혼식에서 한국 여성과 결혼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2013년 9월 교황에게 보낸 서신에서 이 그룹은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이후 “교회 내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고 환영하며 “새로운 화해의 기운이 결혼한 사제들도 포함시킨다면 좋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진보적 가톨릭 단체들도 “가톨릭 교회 초기에는 성직자들의 결혼이 일상적이었다”면서 독신 서약 규정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2009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결혼한 영국 성공회 사제들의 가톨릭 개종을 허용한 것은 가정 가진 사제에게도 문을 열어준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교회 내에 결혼한 사제가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겁니다. 사제가 결혼한다고 해서 세상의 종말이 아니라는 뜻이지요”라고 워커는 말했다.
그들의 변화에 대한 희망은 지난 5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제의 독신 서약은 공개적으로 논의할 이슈라고 기자들에게 말한 이후 더욱 커지고 있다. 당시 교황은 “사제 독신주의는 교리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의 기율에 관한 것이다. 나는 (독신 제도가) 교회를 위한 선물이라고 믿기 때문에 그 진가를 확실하게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교리가 아니므로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고 말했었다.
정책의 변화에는 개방적으로 보이지만 교황은 사제들에게 독신 서약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그럴 수 없을 때, 특히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을 때는 교회를 떠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여성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많은 사제들에게 성직을 떠나는 것은 고통스런 선택이다. 어떤 사제들은 파문을 통해 떠나야 하는 치욕스런 절차를 이야기한다. 마음을 바꾸도록 설득당하는 것도 다른 교구로 파견되는 것도 다 견디기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불행한 연인들에게 가장 힘든 것 중 하나는 성직을 떠났을 때 닥치는 재정적 불안이다. 이탈리아의 결혼한 사제들을 위한 서포트 그룹 ‘보케티오’의 한 관계자는 일반인에 비해 실용적 기술이 훨씬 부족한 사제들에게 구직은 두 배나 더 힘들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경기 침체에 빠진 이탈리아의 구직 시장에서 신학 학위는 별 가치가 없다는 것을 지적하고 다른 사람들은 성직을 떠난 사제들은 이탈리아의 ‘사실상 웰페어 제도’인 가족으로부터 거의 재정 지원을 못 받는다고 말한다.
호텔에서 인터뷰를 가진 사제도 같은 우려를 인정했다.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요, 트럭에서 과일 옮기는 것을 해야 할까요? 난 사제 직분에 익숙해져 있고 사제인 것이 좋고 또 사제로 잘하고 있습니다”그는 자신의 사랑이 성직의 본분을 더 잘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녀와 함께 한 이후로 난 더 나은 신부가 되었습니다. 훨씬 더 평온하고 침착해졌거든요. 단 하나 문제는 몰래 다녀야 한다는 것입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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