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대체로 저녁 시간에 방문하는 사람은 외판원이거나 기부를 원하는 사람이라 그냥 무시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호기심이 생겨 작은 문구멍으로 내다보았다. 밖에는 타인종이 서 있었다.
인기척이 들렸는지 그가 이야기를 했다. “실례합니다. 코리언 남성을 찾고 있습니다.” 한인은 우리 타운하우스 단지 내에 두 집밖에 없다. 그가 왜 한인을 찾는지 알아야 했다.
문을 열었더니 그가 눈에 익은 잠바와 슬리퍼를 들고 있었다. 남편 것이었다. 사건 시작은 몇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법 쌀쌀했던 밤에 담배를 피우러 밖에 나갔던 남편이 나가자마자 다시 들어오더니 안 입는 잠바를 달라고 했다. 밖에 어떤 사람이 무슨 사정인지 맨발과 속옷 차림으로 서 있다가 신발과 옷을 빌려 줄 수 없는지 물었다는 것이다.
내심 좀 못마땅했지만 남편의 안 입는 옷과 신발을 내주었었다. 그리고 그 옷과 신발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것들이 되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는 사실 하지도 않았다. 그가 물건을 돌려주고 싶어도 집들이 다 똑같이 생겼고 밤이라 어느 집인지 찾을 수 없을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자주 입는 옷과 신발도 아니었으면서도 있다 없으니 아쉬워서 그동안 남편을 가끔 구박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가 몇 달이 지나서야 옷과 신발을 들고 나타난 것이다. 옷에 적힌 상표를 보고 코리언이라 생각하고 수소문을 하고 다녔나 보다. 나를 만난 그는 너무나 고마워하면 자신의 명함을 주고 갔다.
대가를 바라고 도움을 준 것은 아니지만 영원히 못 돌려받았으면 계속 씁쓸한 감정이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그런 마음을 가지지 않도록 해주고, 사람을 믿어도 된다는 생각을 계속 가질 수 있도록 해준 그가 너무 감사하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