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한 날에 쥐 잡는 날이라는 아주 특별한 날을 온 마을이 함께 누리던 시절이 있었다. 몇 마리나 잡았나 증거물로 꼬리를 잘라 제출해야했던 시절, 마을에는 쥐약 먹고 죽은 쥐를 먹은 동네 개들이 죽은 쥐의 친구되어 괴롭게 뒤척이다 함께 떠나기도 했었다. 가끔 생각나는 이가 있다. 하도 오래 전이라 얼굴도 이름도 기억은 안나지만 고만고만한 나이의 애들이 넷이었던가, 남편되는 이가 맨날 밥만 먹기 심심해서 짜장면을 조금 요란하게 드셨다.
여자는 바람피는 남자와는 절대로 살수 없다고 싹싹 빌며 매달리는 남편을 쥐 잡듯 몰아 바라던 이혼을 했다. 한동안 쪽 팔리기도 하고 이혼까지 원했던 건 아니었던지라 풀이 죽어 고갤 숙이고 다니던 남자는 그 후 새장가를 가 새삼스럽게 아들도 낳고 재미가 깨 쏟아지듯 하하호호, 행복하게 산다. 이 동네엔 애들때문에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견우직녀로 사는 부부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젊은 엄마들이 혼자 몸으로 애들 치닥꺼리 하며 종종걸음 치는 걸 보면 애처롭다. 애 키우는 게 어디 보통일인가. 둘이 키우라고 둘이 합쳐야 애가 나오게 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가끔 애 넷을 두고 이혼한 그 여자가 애들 키우며 기세좋게 이혼으로 치닿은 자신의 기개가 후회스러운 적은 없었을까, 문득 생각난다. 우리 애들이 어렸을 때는 학원이라는데가 없었다. 애들의 과외활동은 보이 스카웃과 리틀리그, 그리고 싸카였고 아는 이가 피아노 레슨을 주어서 친구집에 보내듯 슬렁슬렁 거길 보내기는 했다. 이즈음 애들을 보면 과외활동이 장란이 아니다. 영어, 수학, 악기, 거기에다 대학 갈때 필요하다고 이곳 저곳 봉사활동 다니고 엄마들은 정보 교환을 해야 한다고 복부인처럼 몰려다닌다.
그러다 행여 그룹에서 밉게보여 왕따라도 당하면 당장 내 새끼를 위한 정보를 못얻게 된다고 남들에게 밉보이지 않으려 전전긍긍한다. 내 애가 옆집 애보다 못한듯 싶으면 아이의 인생이 막을 내린듯 안달을 한다. 인생이 이기고 지는 게임인 걸까? 인생은 길고 그 긴 세월 먹고 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어서 부모들의 노심초사가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애들은 놀아야 하는데… 애들은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애들은 하늘을 올려다 보고 땅의 풀을 들여다 봐야 하는데…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고 새소리를 가려낼수 있어야 하는데… 나는 공연히 남의 아이들을 보며 안해도 될 걱정을 한다.
예전에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라는 노래를 들을 땐 참 게을러터진 노래다, 생각하기도 했는데 이즈음엔 모든 인생사를 즐겁게 노는 기분으로 하라는 성숙한 시선에서 나온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즐겁게 노는 마음으로 하는 일처럼 성취가 큰 것이 없다. 애들은 부모 슬하에 있을 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즐겁게 하면서 그것이 훗날 삶의 밑걸음이 되고 즐겁게 일하고 즐겁게 사는 태도를 가르쳐 줘야 한다.
경쟁에서 지면 실패한 인생이라고 애들을 쥐잡듯 잡는 똑똑한 젊은 엄마들을 보면 무섭다. 예전엔 쥐도 도망칠 구석을 남겨두고 몰라고 했었는데 이즈음은 달리는 말에 채찍을 치라는 말이 더 옳은 말이 되었는가 보다. 그러나 옆집 암탉이 알을 품어 병아리를 부화 시켰다고 내집 숫탉에게 돌맹이 하나 집어주어 품게 한다 해서 병아리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자식 뿐이 아니고 그 자신이 숫탉이면서 그걸 인정 못하고 기를 쓰고 병아리 부화 시키려는 꿈에 매달려 헛구역질하는 어른들을 보면 맘 아프다. 상상 임신은 입덧은 물론이거니와 배도 불러온다. 자신이 무엇인지 무엇이 되고자 태어난 사람인지 정말 겸허한 마음으로 자신의 실체를 깨닫고 수용하는 성찰이 있어야 하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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