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입구에서 엄마의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걷는 아기를 본다. 그 옆에는 언니, 오빠 같아 보이는 아이들이 장난을 치며 뛰어다닌다. 내과 병동으로 올라오니 얼마 전에 고관절 수술을 받고 물리치료사와 걷는 연습을 하는 할머니와 심장병을 가진 아저씨가 다리가 4개 있는 위커를 잡고 걸으면서 기운을 돋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아기들과 어르신들을 번갈아 보며 “인생은 대칭형” 이란 생각이 든다. 네다리로 기어 다니던 인간은 두 다리로 걷다가 나이 들어 다시 다리 숫자가 늘어난다.
네발로 기는 동물이 진화해 두발로 걷는 인간이 되었다는 의견은 기어 다니던 아기가 걷게 되는 과정을 유심히 관찰하면 별로 설득력이 없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원래부터 걷을 수 있는 존재로 만들어져 있었다.
아기가 태어나 자라면서 기다가, 뒤뚱뒤뚱 걸음마를 하다가, 돌쯤 되어서는 걷기 시작한다. 네발로 기어 다니던 아기가 걸음마를 시작할 때면 오히려 할머니, 엄마들의 재롱이 더 볼만하다. 몇 발짝도 못 떼고 엉덩방아를 찧는 아기들을 보며 할머니는 어깨를 들썩들썩 거린다. 아기 엄마는 자기 아이가 달리기를 가장 잘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세계에서 걸음걸이가 가장 예쁘다는 미국 사람들을 보면 걸을 때 다리를 쭉쭉 뻗으면서 패션모델들처럼 엉덩이를 씰룩거린다. 그렇게 걷는 걸음은 건강에도 좋아 뱃살도 잘 빠진다고 한다.
걸음걸이는 여러 질병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관절염, 다리수술, 뇌졸중 그리고 저혈압이 보행에 지장을 준다. 혈관이 좋지 않아 산소 공급이 안되는 경우 걷게 되면 장단지에 통증과 경직이 올수 있다. 65세 이상에서 100명당 1명꼴로 생기는 파킨슨병 환자는 걸을 때 보폭이 좁아지고 발을 바닥에 끌면서 걷게 되며 팔의 흔들림은 거의 없고 몸은 약간 구부린 상태이다. 보행을 시작할 때나 걷다가 돌 때에 발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아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상황에 따라 지팡이, 바퀴가 4개 혹은 2개 있는 워커 등 여러 보조기구가 걸음을 도와줄 수 있다.
연구에 의하면 걸음걸이 속도가 치매와 심장병 사망률을 미리 알아볼 수 있는 가장 단순하면서 정확한 측정 방법이다. 1초에 1m 이상 가면 아주 건강이 좋고 0.6m 정도밖에 못가면 아주 좋지 않은 예후를 말해준다.
또 다른 테스트는 의자에 앉아 있다가 일어서서 3m 정도 걷고 돌아와서 다시 원래 의자에 앉는 것이다. 10초 미만에 그 테스트를 마칠 수 있으면 건강과 운동능력이 좋은 것이고, 20초 이상 걸리면 매우 안 좋은 것이다. 치매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도 운동이라고 하니 열심히 걷는 운동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예쁘게 빨리 걷는 걸음을 연습해보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빠르고 아름다운 걸음도 좋지만 바른 길을 걷는 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더 중요한가? 앞서 간다고 먼저 갔지만 잘못된 길로 들어서 돌아가며 후회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인간이 우주 속에서 우연히 만들어진 존재가 아닐진대 분명히 가야하는 바른길이 있으리라. 그 길은 희생이란 문을 통해 갈수 있는 좁은 길이다. 좁은 길에는 기쁨과 평화의 나무들이 있고 그 위에는 사랑과 감사의 열매가 있다. 감사와 사랑의 열매를 다른 이들과 나누는 그 길은 천천히 걸어도 즐겁고 웃음이 넘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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