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가 성적순으로 급식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시험 성적이 우수한 학생부터 밥을 먹게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성적이 꼴찌인 9살배기 한 초등학생이 점심 급식을 늘 꼴찌로 먹었다고 한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비교육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같은 성적 줄세우기가 일부 학교에서도 관행적으로 있어 왔다는 사실이다. 이는 가장 중요한 교육적 가치인 인성 교육을 도외시하고 오직 성적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그릇된 성적지상주의가 낳은 부끄러운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성적순으로 밥을 먹는 을씨년스런 모습도 어쩌면 미상불 다시는 못 보게 될지 모른다. 홍준표 경남지사의 지원중단 선언으로 촉발된 무상급식에 대한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남경필 경기지사도 직접 지원을 거부했고 일부 지자체장들도 재원 부족을 이유로 이에 가세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논쟁에 뛰어들었다. 안종범 경제수석은 “무상급식은 대통령 공약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무상급식은 국가의 의무인데도 지자체와 교육청에 떠넘긴 것이다. 지난 3일 전국에서 최초로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했던 홍준표 지사는 한 방송에 출연해 “국고가 거덜 나고 있는데 무상파티만 하고 있을 것인가”라며 “무상급식 중단이 가난한 애들을 굶긴다는 주장은 진보좌파의 사기”라고 비판했다.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랬다. 국고가 거덜 나게 된 것은 아이들 점심 한 끼 먹이는 무상급식 때문이 아니라 요즘 국민의 원성이 자자한 이른바 ‘사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 때문이 아닌가. 이명박 정부가 멀쩡한 강을 살린다며 22조원의 혈세를 쏟아 부은 4대강 사업은 유지 보수에만 해마다 5,000억원 이상이 소요된다.
자원외교는 어땠는가. 2조원에 매입한 캐나다 에너지 업체를 푼돈밖에 안 되는 200억원에 매각하는 등 부실투자로 인한 손실액이 무려 56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무상급식 지출액이 2조 3738억원이니 줄잡아 23년 치 무상급식 예산을 무모한 정권의 국책 사업 하나로 탕진한 셈이다.
2억원짜리 음파탐지기를 41억원으로 부풀려 구입하는 등 비리로 얼룩진 방위산업을 포함한 ‘사자방’에 퍼 부은 혈세는 100조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새누리당 정부는 국가재정 악화 원인이 복지 과잉에 있고 무상급식이 마치 그 원흉인 것처럼 몰아가면서 애들 밥 먹일 돈이 없다며 궁상을 떨고 있다.
“무상급식 중단이 가난한 애들을 굶긴다는 주장은 진보좌파의 사기”라는 홍 지사의 궤변이야말로 사기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조사 결과 먹거리가 넘쳐나는 풍요로운 대한민국에서 빈곤층 아동의 절반가량이 먹을 것이 떨어졌는데도 돈이 없어 배고픔을 참았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식이 없는 잔인한 방학이 두렵고 서러운 아이들이 전국에 널렸다.
무상급식 문제로 정치권이 뜨거운 요즘, 부산 기장군은 모든 부서의 업무추진비와 축제 규모를 대폭 줄이는 등 예산을 절감해 내년부터 군내 5개 고등학교 전 학년 무상급식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강원도와 도교육청은 무상급식을 2017년까지 연차적으로 도내 전체 고등학교까지 확대 실시키로 합의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강원도와 부산 기장군의 경우에서 보듯 무상급식도 결국 마음먹기에 달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들 밥만은 먹여야 한다. 아이들이 잘 먹고 건강하게 자라야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있다. 아이들이 희망이다. 무상급식은 망국적 포퓰리즘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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