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과 12월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모임이 많다. 각자 음식을 조금씩 만들어 와서 나눠 먹는 파틀럭(Potluck) 파티도 많은데 거기에는 보이지 않는 룰이 있다. 먼저, 참석자 모두 한 두 가지 요리를 준비해서 가지고 가야 한다.
파티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주 요리, 샐러드, 디저트 등 “이런 저런 것을 부탁합니다”라고 할당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특정한 요구가 없으면 어떤 요리를 가져가도 상관없지만, 자신이 가장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것을 준비하는 게 좋다. “요리대신 음료수를 가지고 가도 됩니까”라고 주최자에게 물어볼 수 있지만, 본래 음료수는 요리로 취급하지 않는다.
다른 몇 가지 주의사항도 있다. 어떤 가정은 거의 모든 식사를 밖에서 하기 때문에 집에 아예 부엌이 없거나 있어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해서, 참석자는 주최자의 집에 오븐, 스토브, 냉장고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어림짐작은 삼가야 한다. 있다 하더라도 제대로 작동이 안 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차게 먹어야 하는 음식은 식혀서, 덥혀 먹어야 하는 음식은 보온을 해서 가져가야 한다.
참석자들이 고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너도나도 불고기를 만들어 간다면 그만큼 불고기 가치는 떨어진다. 또한, 늘 쉽게 먹을 수 있는 요리보다 평소에 볼 수 없는 특이한 음식이 눈길을 끈다.
식사를 시작하기 전, 다른 참석자들이 가져온 음식을 보고 칭찬 한마디쯤 하는 게 예의다. 그리고 파틀럭은 집에서 식사를 하듯 먹어 치우는 시간과 장소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람이 저녁 식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0-15분이다. 그러나 파틀럭에서 만큼은 평소 식탁에서 보여주는 빨리빨리 정신을 접는 게 좋다.
2012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중국 작가 모옌은 ‘먹는 일에 관한 이야기 둘’에서 자신의 부끄러운 경험을 말했다.
“모임에 가면 배불리 먹지 못할까 두려운 듯 허겁지겁 먹어댔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찌 볼까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면 후회가 밀려왔다. 나는 왜 느긋하게 먹지 못하는 걸까. 문명사회에서 많이 먹는 것은 교양이 없다는 표시인데… 나의 먹기 경력을 회상해 보면 스스로가 돼지인지 개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 계속 킁킁대며 먹을 만한 것을 찾아 밑바닥 없는 구멍을 채워 나갔다.”“오직 배를 불리겠다”라는 결과에만 치중하는 현장, 즉, 결과주의가 주도하는 사회에서는 쇠뿔도 단김에 빼고,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다. 그 결과, 성수대교, 삼풍백화점이 무너졌고 세월호가 바다에 잠겼다. 결과를 얻기 위해 과정을 생략하거나 줄인다면 또 다른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광한루에서 산책하다 춘향이를 보고 한 눈에 반한 이 도령은 글방에서 일몰을 기다린다. 그리고 방자를 불러내어 해의 위치를 수시로 확인한다. “처마 밑에 걸렸습니다, 장독대 위에 올라 왔습니다”라는 실시간 중계를 듣고 있던 이 도령은 그 과정을 참지 못하고 애간장을 태운 나머지 급기야 소리를 지른다.
“이놈의 해가 앉은뱅이가 되었느냐, 왜 이렇게 늦게 가느냐”라는 고함과 함께 바닥을 내려친다. 그러자 탁자 위에 놓인 문방도구들이 떨어지고 깨지고 만다.
대학 입시는 대학이 주최하는 파틀럭이다. 참석자로서 “어림짐작, 너도나도, 빨리빨리”는 금물이다. 그 애간장 태우는 과정을 견디지 못하면 가치 떨어진 불고기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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