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의 저자인 신은미씨가 종북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 종편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신씨와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가 ‘북한을 고무·찬양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이에 대해 신씨는 종편 보도와 달리 “북한 사람들, 착하고 순하다고 했지 북한을 지상낙원이라고 말한 적 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황 대표도 자신이 북한에 가서 본 동포들의 삶을 얘기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씨는 “‘북한의 강은 맑아서 남한의 4대강에서 유행하는 큰빗이끼 벌레가 없다’ ‘대동강 맥주가 맛있다’ ‘젊은 여성들끼리 술을 즐기더라’고 말했는데 이는 실제 보고 들은 걸 말했을 뿐 결코 북한을 찬양·옹호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신씨는 남편과 함께 북한을 여행한 뒤 지난 2012년부터 한 인터넷 언론에 방북기를 연재했다. 이후 책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를 내고 별 문제없이 전국에서 북한 관련 강연을 했다. 지난 10월에는 북한의 실상을 잘 보여줬다는 평을 받아 제20회 통일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그랬던 신씨가 뜬금없이 종북 논란에 휩싸이게 된 것은 아마도 지난 2005년 평양에 가서 딸을 원정 출산한 황 대표와의 토크 콘서트 동반 출연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향후 신씨 내외의 재입국을 불허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신은미씨는 페북에 ‘조국을 생각한다’라는 글을 올려 자신의 착잡한 심경을 이렇게 피력했다. “겉으로는 ‘통일 대박’이라면서 북한 관련 이야기를 했다고 ‘종북’으로 몰아가는 건, 정부가 통일을 원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 그곳에서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또 다른 우리의 형제들을 봤다.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남녘 동포들에게 전했다. 그러나 이것이 용납되지 않는다면 떠나는 것이 조국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비록 몸은 떠나지만 내 마음은 기도로써 늘 조국과 함께 할 것”이라고.
신씨는 자신에게 종북 올가미를 씌워 야멸차게 내치는 대한민국을 ‘조국’이라 불렀다. 그리고 그 조국을 위해 기도하겠노라고 했다. 이런 사람이 종북이라니. 신씨는 “남과 북의 오작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런 우리가 신씨의 강연과 저서를 통해 비록 제한적이나마 북한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곳 동포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신씨의 역할은 높이 평가 받아 마땅할 것이다. 통일의 첫걸음은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아는 것에서부터 뗄 수 있겠기 때문이다.
나는 신은미씨를 모른다. 그녀와는 일면식도 없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녀가 쓴 기행문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어디에도 북한을 고무·찬양하는 내용은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반면, 표현의 자유를 헌법이 보장하는 민주국가에서 ‘북한 사람들이 가난하지만 착하고 순하다’거나 ‘북한 맥주가 맛있다’는 내용이 왜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지 나는 그 이유를 모른다.
한국현대사에서 ‘종북(빨갱이)’은 패가망신과 죽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진실을 말하는 신은미씨를 감싼다고 해서 나를 ‘종북’이라 부른다면 난 기꺼이 종북이 될 것이다. 7순이 넘은 내게 생애 마지막 간절한 소망이 있다면 그것은 남과 북 우리 민족이 피 흘리지 않고 다시 하나가 되는 것이다.
몸은 비록 분단의 현장을 떠나 살고 있지만 남과 북을 비교적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해외동포들이야말로 신씨처럼 종북이란 터무니없는 누명을 뒤집어쓰는 한이 있더라도 통일의 노둣돌을 놓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도둑처럼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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