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에서 방문객과 거주자를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비 오는 날 우산을 사용하는 사람은 방문객, 우산 없이 다니는 사람은 거주자일 가능성이 높다.
시애틀 거주자에게 비는 습관이다. 생활 속에 늘 함께 하는 이유로 어떤 모습의 비가 내린다 하더라도 별다른 느낌이 없고 눈 여겨 보지도 않는다. 마치 물고기가 물을 의식하지 않고 유유히 움직이는 것처럼 행동한다. 정신분석학자들은 그런 행동이 무의식적인 버릇에서 나온다고 본다.
길을 찾을 때는 구글 지도, 외로울 때는 페이스북, 식당을 찾을 때는 옐프를 본다. 카톡 메시지 도착 신호가 오면 즉시 휴대폰을 열어보고, 문자를 보내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려는 것도 아닌데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화면을 켰다 껐다 한다. 친구와는 맥주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외치지만, 어른 앞에서는 두 손으로 잔을 거머쥐고 머리를 조아려 술을 받고 고개를 돌려서 마신다.
커피숍에서 냅킨이나 플라스틱 스푼을 집어오고, 회사에서는 볼펜이나 복사지를 집으로 가져가고, 우체국에서 제공하는 무료 포장 박스를 필요이상으로 들고 온다. 만일 그런 물건들이 10달러짜리 현금이었다면 그냥 집어오지 않았을 텐데, 누구나 집어가는 흔한 것으로 인식하고 아무런 생각 없이 가져간다. 물론 훔쳤다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모든 것은 우발적인 행동이 아니라 무의식이 선택한 행동이다.
거의 자동적으로 행해지는 이런 행동에서 행위자는 동기나 과정을 인식하지 못한다. 비가 오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 우산의 필요를 느끼고, 냅킨 한 장, 볼펜 하나라도 주인의 입장에서 보면 돈이라는 것을 인식할 때 집어가는 것을 자제하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성장 과정에 있는 청소년도 비슷한 행동을 한다. 세상에는 자신 외에 타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회에 나가 활동하기 위해서는 적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쾌락을 위해 맹목적인 충동이 주도하는 무의식 세계를 즐기기에 바쁘다. 그렇지만 성장 과정에서 무의식을 의식화하지 못한다면 미래의 성취를 기대할 수 없다.
스타벅스에서 파트타임 일을 하는 B군은 순간의 만족을 원하는 급한 성격을 지녔다. 그러나 직원 훈련기간 동안 새로운 습관을 익혔다. 카푸치노에 넣는 우유를 15초 정도 데워서 손님에게 제공하라고 매뉴얼에 적혀 있지만, 때로는 12초, 때로는 20초 동안 덥혀 제 각기 다른 손님의 기호와 선호에 따라 적응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웠다.
물론 그것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너무 뜨겁다” “내가 여기 매일 오는데 아직도 내가 좋아하는 온도를 모르나”라는 불평과 핀잔을 들어야 했다. 바로, 고객의 불평과 핀잔이 B군으로 하여금 참을성을 배우게 했고, 반복되는 적응 행동은 습관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B군의 약점이 좋은 버릇으로 변화되는 과정에는 반복행동이라는 키워드가 자리하고 있다. 노동의 대가, 매니저로부터 칭찬, 아니면 자기만족을 바라고 B군이 반복행동을 했을 수도 있지만 “손님이 퍼붓는 불평과 핀잔을 또렷이 인식했기 때문에 나의 행동을 바꿀 수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무엇인가 인식할 때 습관이 고쳐진다. 습관은 본인 스스로가 선택하는 길이다. 한 번 길이 들여지면 단단해지고, 넓어지고, 깊어진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그 길을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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