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정부가 만주 하르빈시 근처에 있던 일본군인간 생체실험 연구소 731부대의 유적지를 A급 관광지로 지정해 지난해 4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는 보도를 보고 이에 관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약 30여년 전에 나와 친해진 일본인 환자 한 사람이 일본에 다녀오면서 내가 흥미로워할 것이라며 일본서 막 발간된 책을 갖다 주었다. 이 책은 한 일본기자가 731부대에서 일했던 군인들이 그들이 참여한 부대 안의 끔찍한 만행의 악몽과 죄책감을 덜기 위해 알코올 중독자들이 모여 서로 위안과 도움을 주고받는 AA 같은 모임을 매년 비밀리에 갖는 것을 알고 그들을 끈질기게 추적해 캐낸 731부대의 진상을 담은 책이었다.
거기서 마루따(일어로 통나무)라 부른 실험대상으로 희생된 사람은 3,000에서 1만여명으로 추정되는데 대다수 중국인 외 러시아인, 한국인, 태평양 전쟁터에서 잡아온 포로 등이었고 종전 직전 철수하기 전 남은 마루따는 모두 죽여 없애고 건물을 모두 폭파했으나 일부가 남아 그 자리에 기념관이 새워진 것이다. 이 비밀 연구소는 일본 천황의 칙령으로 시작됐고 천황의 막내 동생이 장교로 근무까지 한 곳이었다.
이 부대 안에서는 세균, 부상, 화상, 동상, 화학물질상 등을 입혀 일어나는 인체의 변화와 죽는 과정을 마취도 안한 산 사람을 생체 해부하며 오만가지 방법으로 실험하고 세균과 화학무기를 중국 여러 도시에 비행기로 뿌리고 그 효과를 연구하는 등 인간을 실험용 동물로 사용했다.
이런 일들을 동경대 의대 출신 이시이 중장이 이끄는 의사와 생물학자 팀이 1936년부터 9년간 종전 직전까지 해온 것이다. 여기서의 죽음은 독일 나치수용소에서 개스로 죽는 것보다 훨씬 잔혹한 죽음이 아닐 수 없다.
패전이 다가오자 이 부대의 비밀이 세상에 알려질 것을 우려해 모든 연구기록과 부대원을 소련군이 도달하기 직전에 일본으로 철수시켰는데 맥아더 사령부는 어디서도 해낼 수 없는 생체실험 자료의 가치를 알고 연구기록을 넘겨받는 대가로 한 명도 전범재판에 세우지 않았다.
731부대에 관해 소수의 보도와 소송이 있었지만 일본 정부는 물론 미국 정부도 쉬쉬하고 무마해 와서 이 천인공노할 전범행위를 알지도 듣지도 못한 사람이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베일에 감춰져온 731부대는 위안부 문제가 오래 동안 큰 이슈가 되어온 것과는 대조가 되는데 전쟁범죄의 질로 봐서는 이보다 더 악한 것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아베 정부가 위안부를 비롯해 모든 전범행위를 부인하는데 총력을 가하고 있는데 아베 총리가 자위대 공군기지에서 기체에 731이라고 크게 써 붙인 전투기에 타 엄지손가락을 올려들고 있는 사진을 신문에 낸 것을 보면 731부대의 관한 죄책감은커녕 자랑으로 여기는 것 같아 참으로 믿겨지지 않는다.
일본엔 소위 친한파 정치인들이 있고 오에 겐자부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와 세계적 작가 무라까미 하루끼 같은 사람들이 일본군의 만행을 질타해 왔지만 극우파 세력 앞에선 역부족일 것이다.
또한 인권을 제일 중요시 한다는 미국이 731부대의 전범과 책임자들을 의도적으로 보호하고 덮어온 것도 이제는 묵과할 일이 아니다. 최근 유엔을 통해 북한의 인권문제가 드디어 세계적 이슈가 됐듯이 일본의 이 악독한 인류에 대한 범죄인 731부대의 진상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고 이에 대한 세계적 여론이 일어나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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