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40대 직장인의 건강은 익히 알려진 대로 초인적인 인내를 요구한다.
개인적으로도 가장 왕성한 시기이지만 국가적으로도 수퍼맨들처럼 일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려와 걱정을 하지만 눈앞에 닥친 일만 자기 일일뿐, 닥치기 전까지는 자신과는 하등의 상관이 없는 ‘남의일’일뿐이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의 현실이다. 심지어 바로 옆의 동료가 쓰러지고 자살하는데도 ‘죽은 놈만 불쌍하다.’ 고 하고, 잘도 이겨낸다.
세월호가 뒤집어지든지 말든지 ‘안 된 일이지만 남의 새끼들 죽는 일에 내가 왜 신경을 써?’
그럴 시간 있으면 바로 윗 상사와 술좌석에서 시중드는 편이 선후를 따질 필요도 없이 신상에 좋다. 백번 지당한 결정이다.
약육강식, 무한경쟁, 상대적 박탈감, 패자부활이 없는 사회, 부의 세습, 끝이 없는 불평등, 부의 편중,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한때나마 ‘더불어 살자.’ 고 했던 때가 있었지만 ‘당신이나 그렇게 살아.’ 코웃음 치면서 하얗게 많은 젊은 날을 보내고 나서 ‘세계 10대 강국’이니, 즐비하게 치솟은 빌딩들이 자기 것인 양 어깨가 올라가고, 모처럼 방문한 고국의 고향 길에 고속도로가 뻥뻥 뚫려 있으니 조국의 경제발전에 보탬을 주지도 못했다는 엉뚱한 죄책감과 영양가 없는 자긍심이 뒤범벅이 되어서 돌아오곤 했었다.
‘뭐 좀 제대로 하라.’ 고 정부에 대해서 요구하는 일부 소수의 신문과 인터넷속의 젊은이들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철부지로만 보인다.
어디 그것뿐인가, 좀 더 사람다운 세상이 되려면 평화로워야 되고, 그 평화를 위해 남북한이 ‘통일’을 이루자고 하면 이제는 왠지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처럼 느껴지고, 북한을 돕자고 하면 그런 말은 해서도, 들어서도 안 되는 ‘금지어’가 되어버렸고, 여지도 없이 ‘종북’을 붙여야만 속이 편안해지는 일상들이 되어버렸다.
‘그것이 내 목구멍과 무슨 상관이 있는데?’ 이건 사람이 사는 세상이 이미 아니다.
대한항공, 대한민국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태극 날개이다.
박정희가 추구했던 ‘후진국 경제론,’ 혹은 ‘불균형 성장론’이라고 하는 원론적인 경제성장 이론이 가져다주는 치명적이고 적나라한 모습을 대한항공 사태에서 보고 있는 것 같다.
요즈음으로 치면 이런 이야기도 일종의 ‘종북’이 되고도 남는다. 가난한 집안에 온 가족이 헐벗고 굶주려 가면서 장남하나 어렵게 공부시켜서 성공(?)시켜 놓으니까, 그 성공한 뒤에 여전히 어렵고 가난하게 살아가는 나머지 형제들을 잘 돌보아 주던가?
개돼지 취급하다 못해 의절을 하고 사는 일들이 어디 드라마에만 나오는 게 아니다.
항공기 운항을 관리 통제, 감독해야 할, 그래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먹고 사는 국토부 관계 공무원들이 과연 국민과 대한항공, 누구를 위해서 일하고 있는지를.
수많은 지성과 학자들이 박정희의 이러한 재벌위주의 경제정책에 대하여 대만의 ‘국민경제론’ 소위 ‘중소기업 육성’을 주문하고 요청했지만 불과 몇 놈 재벌 키워서 정치자금 거두워 들여 세세만년 대통령 하려고 ‘유신헌법’을 만들었다는 걸 벌써 잊었나. 그리고 나서 대한항공에 욕을 하는가. 더군다나 고생이라고는 해 보지도 않는 40넘은 철딱서니 공주 부사장 때문에 심기가 불편한가.
거의 같은 나이 40에 아무리 직장이라지만 무릎 꿇리고 쌍욕소리 듣고 타고 일해야 할 비행기에서 쫒겨 내려진 대한항공 사무장과 대한민국 국민들이 제 눈에는 한 치도 그 처지가 달라 보이지 않는다.
대한항공의 갑질은 사실 빙산의 일각도 아니라는 걸 모르는 국민은 없지만 그 뒤에 숨어있는 수퍼 갑에 대해서는 무덤덤하고 있으니 오히려 이번 대한항공 사태를 통해 고객권리를 절절히 느꼈다면 ‘국민주권’에 대해서도 상고해 볼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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