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한국 식료품점이 하나 있다. 거기에는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이 웬만큼 다 있어서 참새가 방앗간에 들리듯 자주 가서 내가 필요한 것을 사가지고 온다. 그 곳에서는 김밥과 나물, 떡볶이, 국 등 한국 반찬도 만들어 파는데 우리 아이들은 그 곳의 음식을 제일 좋아한다.
우리 아이들 말에 따르면 그곳에서 파는 떡볶이는 최고라 한다. 그리고 또 하나가 있었으니 바로 ‘팥죽’이다. 팥죽은 동짓날에 끓여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 곳에서는 날씨가 서늘해지면 한 번씩 팥죽을 끓여서 판다. 하지만 팥죽 끓이는 날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서 내가 식료품점에 가는 날에 팥죽을 끓여야 운 좋게 사 먹을 수 있는 것이었다.
어느 날 팥죽을 처음 맛본 우리 아이들은 팥죽 맛에 푹 빠져서 가게에서 팥죽을 언제 끓이는지가 최고 관심사가 되었다. 그래서 가게에 갈 때마다 언제 팥죽을 만드는지 물어 보는 것이 내 일이었다. 거기서는 팥죽을 일회용 용기에 포장해서 파는데 그걸 사 오면 4인용 가족이 딱 한 그릇씩 맛보기 좋은 양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두 개를 사와도 부족해 했다. 항상 아쉬워하고 더 먹고 싶어했다. 그래서 그 다음엔 세 개를 샀다. 세 개를 사면 세끼를 먹을 수 있는데도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팥죽 더 없어요?”를 외쳤다.
처음으로 팥죽 네 개를 산 날, 나는 혹시 애들이 팥죽을 너무 많이 먹어 질려 하거나 남아서 아깝게 버리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내가 팥죽을 네 개나 사온 것에 뛸 듯이 좋아했다. 너무나 행복해하면서 순식간에 한 통을 다 비운 아들이 이야기했다.
“화려한 맛이야.” “화려한 맛이 뭐니?” “내가 좋아하는 맛.” 아들이 대답했다. 나는 어휘력이 부족한 우리 아들이 그냥 마음대로 붙인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팥죽에 참 잘 어울리는 맛 같기도 하였다.
‘화려한 맛’이 얼마나 매력적인 맛인지 난 사실 팥죽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잘 모른다. 단지 정말 맛있고 보기만 해도 즐거운 맛이 아닌가 싶다. 맛에도 화려함이 있듯이 우리 인생에도 화려한 맛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매일매일 즐겁고 행복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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