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멋쟁이 신랑(?) 덕분에 웨딩드레스를 두 번 입게 되었다. 미국에서 한국에서 각각 결혼식을 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에서 치른 결혼은 샌프란시스코 시청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친척과 친지들만 불러 저녁식사하는 걸로 마무리되었다. 아직 한국에서 식을 치르진 않았지만 준비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장난이 아니다. 한 달동안 결혼식 준비를 마무리해야 하기에 매일매일이 바쁘다.
예전부터 백수가 과로사한다는데 지금 내 꼴이 딱 그 꼴이다. 신부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3종 세트인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준비에서 한복, 예식장, 청첩장 등 흔히들 하는 예단, 예물도 생략하고 폐백도 생략했는데 왜 이리 준비할 게 많은지…
미국에서는 초대할 사람을 미리 정하고 참석 여부를 묻고 청첩장을 보내지만, 한국에서는 일일이 직접 만나 청첩장을 주며 식사를 대접해야 하는 게 예의라고 들었다. 이렇다 보니 추운 날씨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내 다리와 쉴 새 없이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는 내 신용카드만 고생이다.
문득 내가 일생에 한번뿐인 소중하고 뜻깊은 결혼식을 준비하는 신부인지 청첩장을 팔고 다니는 껌팔이 아줌마인지 헷갈리게 되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결혼 문화에 있어 호화사치 풍조가 존재한다는 답변이 85%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실제로 결혼식을 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결혼 준비에 가장 힘들었던 점이 본인의 형편과 달리 양가의 사회적 체면을 살리느라 호화로운 결혼을 치러야 했었다는 것이다.
겉모습에 치중하다 보면 중요한 내면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나는 어떤 드레스를 입고 어디 예식장에서 식을 치르고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는지 이런 지나갈 것에 대한 고민으로 머릿속을 채우고 있지 않았나 싶다. 물론 그 날은 세상에서 제일 예쁜 신부로 많은 사람들에게 축복을 받고 기뻐해야 할 날이지만 그날 이후로 어떤 삶을 사는지가 그날의 결혼식을 더 빛나게 해 줄 수 있는 길이라 생각들었다.
조용히 남편을 방으로 불렀다. 사랑하는 남편을 꼭 안아주었다. 12월 27일 아기천사가 지나간 자리에 우리 두 사람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늘 기억하자. 우리의 서약의 시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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