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은 한국에 가서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던 일인 것 같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대구에서 안양으로 전학을 왔다. 그후 어린 시절의 기억이 너무나 행복했기에 항상 친구들이 그립고 보고 싶었다. 그러다 한국으로 가기 전에 인터넷 동창회를 알게 되어 미국 오고 나서 연락이 뜸했던 우리 반 친구들도 다시 연결되었고, 수많은 동창들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여름에 한국에 가니 친구들을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자꾸 커지고 나도 모르게 기대가 커져갔다. 더 이상 내가 감당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서울에 사는 우리 반 친구가 고맙게도 대구에 같이 가 주겠다고 해서 덜컥 대구행 기차표를 끊었다. 기차표를 끊고 나서 그 가슴 떨리는 설렘은 아마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주변에서는 혹시 내가 너무 기대를 하고 갔다가 상처를 입을까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나는 걱정과 설렘을 동시에 안고 기차에 몸을 실었다. 내가 바빠서 반창회와 동창회를 한꺼번에 했는데 사진 속에만 보던 친구들이 거의 30년만에 내 눈앞에 실제로 나타났다. 내 첫사랑도 있었고 나를 첫사랑이라 하는 녀석도 있었다.
멀리서 일부러 시간 내서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와 줬는지 그 따스한 분위기에 술을 마시지 않아도 사람에 취하는 듯 했다. 그날 제일 인기 있었던 사람은 졸업 앨범을 들고 온 한 친구였다.
우리는 새로운 친구가 한 명씩 나타날 때마다 졸업 앨범을 뒤져가며 함께 기억을 더듬어 갔다. 어린 시절을 공유하고 추억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깨달은 순간이었다. 어떤 친구는 현재의 자신의 모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하기도 했다. 나는 이 지면을 빌려 친구들에게 이야기 하고 싶다.
친구들아, 내 마음 속에는 앨범이 하나 있어. 거기엔 여전히 아주 귀엽고 씩씩하고 순진했던, 그리고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놀던 모습 그대로의 우리들이 간직되어 있단다.
지금 겉모습과 상황이 변했다고 하더라도 그건 중요하지 않아. 단지 지금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온 우리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을 뿐이야. 올해 한해도 열심히 사느라 정말 수고 많았어. 나의 어린 친구들아. 앞으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면서 우리 모두 행복하자. 새해 복 많이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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