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가끔은 그렇겠지만, 나도 때로는 뜬금없이 황당한 상상을 할 때가 있다. 어느 날 기적처럼 이 세상이 휘딱 뒤집어져서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없고, 힘 있는 자도 힘 없는 자도 없이 골고루 나눠 가지고 나눠 먹으며 살벌한 경쟁도 없이 오손도손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는 세상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비단 나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이 적어도 한 번쯤은 해보는 생각이리라. 역사를 통해서 봐도 이런 꿈을 꾸었던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도 이 지구상 어디에도 그런 꿈이 이뤄진 곳은 없다.
루소는 ‘인간불평등기원론’에서 원시공산사회에서는 사유재산개념이 없어서 너나 나나 가진 게 없으니까 평등했지만, 사유의 개념이 생기면서 불평등이 생겼고 그에 따라 불행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런 루소의 사상을 바탕에 깔고, 자본가들의 탐욕으로부터 노동자들을 해방시켜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이루고자 했던 것이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주장한 공산주의 이론이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 모두가 역사적인 사실로 알고 있듯이 ‘사유재산이 없는 평등한 사회’는 결국 환상에 불과하다는 점이 명백하게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갈망은 조금도 식지 않고 있어서 세계 각국에서는 좌파적 성향의 정치세력들이 여전히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미국에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하여 최근 한국에서도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론’도 그런 대중들의 심리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몇 년 전 미국의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강타하면서 더욱 고조되고 있는 ‘소수의 극부유층’에 대한 반감을 등에 업고 나타난 프랑스경제학자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르크스의 ‘자본론’의 21세기판이다. 그는 현대 자본주의 특히 미국식 자본주의는 빈부의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하고 있으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세계 각국이 공조해서 부유층에게 ‘전 세계적인 부유세’부과와 함께 최고 80%에 달하는 누진소득세를 부과함으로써, 빈부의 격차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일부 좌파학자들로부터는 인류의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예리한 분석’으로 극찬을 받고 있는 반면, 파이낸셜 타임즈를 비롯한 일부 언론과 다른 학자들로부터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자료들의 많은 부분이 왜곡되고 조작되었으며, 그의 논리에도 많은 모순점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서 경제학이나 그 방대한 자료들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어느 쪽 말이 맞는지 판단할 길이 없다.
어떻게든 지금과 같은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묘안을 누군가가 내놓기를 고대하는 한 소시민으로서, 내가 피케티의 처방에 대해 느끼는 소감은 한 마디로 극히 실망스럽다는 것이다. 거기엔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이 없기 때문이다. “그냥 부자들로부터 왕창 걷어서 나눠 가지면 된다”니, 무수한 학자들이 빈부격차해소를 위해 고민해 왔는데, 이렇게 쉽고 간단한 방법을 왜 지금까지 생각해내지 못했는지 허탈할 지경이다. ‘그게 과연 정의로운가’의 문제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논외로 하더라도 과연 그렇게 하면 ‘평등하고 골고루 잘 사는 사회’가 될까?
인류문명과 경제발전의 원동력은 누가 뭐래도 ‘인간의 성취욕망’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런데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벌어도 내가 번 돈의 80%를 누군가가 빼앗아 간다면 누가 열심히 일을 하고 싶겠는가? 공산주의 국가는 가진 자들의 땅과 공장을 빼앗아서 결국 망쳐 놨지만, 피케티는 땅과 공장은 그대로 두되 거기서 나오는 수익의 대부분을 몰수하면 된다는 발상이다. 그래도 그 사람들은 미련하게 열심히 일해서 80%를 이웃과 국가를 위해 꼬박꼬박 갖다 바칠까? 그렇기만 하다면야 나도 그 혜택을 좀 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하지만 글쎄, 그게 과연 그렇게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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