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가 양에게 물었다. “혹시 내 입에서 무슨 냄새가 나지 않니?” 코를 가까이 대고 킁킁거린 후 양이 대답했다. “고약한 냄새가 나는데요.” 그러자 사자는 버릇없는 놈이라며 양을 잡아먹었다. 그리고 옆에 있던 늑대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너도 내 입에서 지독한 냄새가 풍긴다고 생각하니?” 늑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데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사자는 “이 간사한 녀석, 내 비위를 맞추려고 거짓말을 했지”라며 늑대를 잡아 먹었다. 다음에는 여우에게 물었다. “내 입에서 무슨 냄새가 나지?” 여우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저는 지독한 감기에 걸려 냄새를 맡을 수 없네요”라고 답했다.
느낀 그대로를 말한 양과 거짓말을 한 늑대는 잡혀먹고, 위기의 상황에 지혜롭게 적응한 여우만 살아남았다는 이솝 우화는 상황윤리, 적자생존, 게임이론 등 다양한 개념을 동원해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동물의 행동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려는 저자의 의도를 고려한다면 또 다른 유추를 할 수 있다. 난데없는 질문을 하고 대답에 따라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하는 사자를 통해 인간은 질문하는 동물이요, 답변자의 응답에 따라 질문자의 행동이 바뀐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닐까.
그런 우화가 현실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저술한 극작가 사무엘 베켓은 파리의 길거리에서 낯선 사람의 칼에 찔려 병원에 입원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베켓은 “도대체 그 청년은 무슨 이유로 나를 해치려 했을까. 혹시 정신병자가 아닐까?”라는 궁금증으로 가득 찼다.
며칠 후 경찰이 가해자를 체포해서 병실로 데리고 왔을 때 베켓은 자신을 찌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 질문에 청년은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어이없는 대답에 베켓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그저 망연자실했다. 그리고 베켓은 이렇게 반응했다. “차라리 그럴싸한 이유로 둘러댔더라면, 그 이유가 아무리 황당하더라도 나는 멍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모르겠다니, 무슨 생뚱맞은 대답인가.”“왜”라는 질문에 애매모호한 대답이 돌아오면 인간의 심기는 불편해진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왜 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하는지, 왜 일을 해야 하는지 정확한 이유를 모르는 학생, 즉 “왜”를 잃어버린 학생은 방황하기 마련이다.
개인이나 사회, 그리고 역사의 발전은 모두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만약 질문이 없었다면 아마도 우리는 아직도 돌을 부딪쳐 불을 만들고 있을 것이요, 대부분은 노예로 살고 있으며, 여자는 배움의 문턱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오늘의 상황에도 오점은 있다. 그래서 흠ㆍ불편한 점ㆍ불공평한 것들에 관한 질문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그렇기에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왜”라는 질문이 없는 개인ㆍ가정ㆍ단체ㆍ사회는 생(生)은 있으나 활(活)은 없다. 질문을 하는 것은 인간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힘과 권위로 질문을 무참히 짓밟아 삶의 활력소를 원천봉쇄 한다.
“밥 먹는데 말이 많다. 조용히 하고 밥이나 먹어라. TV보는데 방해된다”라는 분위기에서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 이런저런 이유로 교실에서 손을 들어보지 못한 학생이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할 때 제대로 생각하고, 회의(懷疑)하며, 자신의 의견을 명쾌하게 내놓을 수 있을까.
“왜”라는 질문에 상대방을 얕보는 대답, 왜곡된 답변, 애매모호한 반응이 돌아오면 질문자는 당혹스럽다. 그리고 원치 않는 결과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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