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갑’의 횡포로 세간이 떠들썩하다. 항공사의 부사장부터 대학의 교수들까지 여기저기서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는 ‘갑’의 이야기는 이제 별로 충격적이지도 않다. ‘갑의 횡포’의 근본적인 문제는 ‘갑’이 ‘을’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데에서 나온다고 한다. ‘소유’한다는 마음 자체가 내 것이니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마음을 불러 일으켜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것이다.
우리가 결혼 전에는 배우자를 얻기 위해 온갖 달콤한 말로 또는 선물로 관심을 끌고자 하지만 결혼 후 180도 달라진다고 하는 것도 내가 그 사람을 가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사람을 소유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사람은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 독립적인 존재로 누가 누구를 소유한다는 자체가 잘못된 생각이다. 신도 인간을 소유할 수 없고 사장도 직원을 가질 수 없으며 부부도 서로의 것이 아니고 자식 또한 부모의 것이 아니다. 나 자신조차 나를 소유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사람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누군가에게서 빌린 것이다. 누군가에게서 무엇을 빌렸다고 생각해 보자. 혹시 흠이라도 날까 봐 조마조마하며 아껴 쓰고 조심하게 된다. 언젠가는 그에게 다시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그것이 온전하기를 바라며 함부로 할 수 없게 된다.
그럼 사람도 빌렸다고 생각해 보자. 내가 빌린 그 사람을 다시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돌려줘야 된다면 당연히 정성을 다하여 대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므로 많은 직원을 소유한 사장은 그 많은 직원을 빌렸으니 큰 빚을 진 사람이다. 다른 말로 하면 ‘채무자’라고 할 수 있다. 빚을 졌으니 빚을 내 준 사람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또한 그들에게 이자를 쳐 주어야 함은 물론이다.
부부 또한 마찬가지이다. 채권자는 언제든 내가 빌린 사람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고맙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자식도 언젠가는 부모 품을 떠나게 마련이므로 잘 키워서 사회로 돌려 보내는 것이 맞다. 우리는 누구나 채무자로 살아 가고 있다. 그깟 흔한 물건이 아닌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람을 빌린 채무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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