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위시하여 우울하였던 해가 막을 내리고 새 해가 다가왔다.
새 출발을 위해서는 묵은 것들을 벗어 버려야 한다. 성경도 “옛 사람을 벗어버리는 것”을 거듭남이라고 말하고, “얽매이기 쉬운 죄를 벗어버리는 것”을 구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변기 위에서’란 신학용어를 썼다. 사람은 변기 위에서 모든 것을 벗고 가장 솔직해지는데 그것이 신의 은총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뼈에 사무친 미움도 타 오르는 화도 말끔히 벗어놓고 새해의 문을 열자. 괴롭고 답답했던 일, 마음을 도려내게 하였던 아픔도 말끔히 벗어버리고 희망의 문을 두드릴 때이다. 실천 못한 결심도 실행되지 못하였던 계획도 오늘로서 깨끗이 잊어버리자. 다행히 신이 새 도화지를 내주셨으니 얼룩진 도화지에 연연하지 말고 내일의 걸작을 새로 그려 보자. 새 출발이 불가능하다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남몰래 흘리던 눈물도, 혼자서 내뿜던 한숨도, 긴 설명이 필요한 억울한 일들도 이제는 다 잊어버리자. 어이없이 뱉은 거짓말도 느닷없이 남을 중상하게 된 실수도 모두 세월의 물결에 흘려보내자. 새해부터는 더 착하게 살고, 더 정직하게 살고, 더 도와주며 살면 되지 않겠는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명작소설 ‘닥터 지바고’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크리스마스 때쯤 무언가 새로운 것이 시작되고 있었다. 로마는 끝장이 가까워오고 있었다. 수(數)의 지배가 끝나고 있었다. 인간을 획일화(劃一化)하는 군대의 의무는 붕괴하고 있었다.” 새해의 문턱에서 그대에게도 무엇인가 새로운 것이 시작되기를 바란다.
정신분석학자 에릭 프롬은 그의 저서 ‘소유할 것인가 존재할 것인가’에서 현대인의 새 종교 세 가지를 지적하였다. 그것은 ‘무한정의 생산’ ‘절대의 자유’ ‘무한한 행복 추구’이다. 쉽게 말하면 많이 만들어 많이 소유하고 마음껏 즐기자는 것이 현대인의 삼위일체 신조, 즉 오늘날의 세계종교라는 말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실감하는 것은 사람은 잘 ‘버리는 예술’을 터득해야 행복해진다는 사실이다. 나는 예수가 십자가에서 속옷까지 벗기고 ‘알몸 처형’을 받은 것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는 자기의 것은 다 버린 것이다.
과거라는 망령에 붙들려있지 말고 희망을 품고 새 나루를 건너가자. 그대가 모든 것을 잃어도 아직 미래라는 자본은 남아있다. 나는 확신한다. 과학은 무지를 타파하고, 평화는 전쟁을 이길 것이다. 꿈을 가지라. 기왕이면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밝은 꿈을 품으라.
세계 2차 대전 때 대서양에서 S-4 잠수함이 침몰한 사건이 있었다. 구조대 잠수부들이 해저로 내려갔다. 그들은 잠수함 속에서 울려나오는 모르스 신호를 포착하였다. “아직 희망이 있느냐?”하는 신호가 반복되고 있었다. 구조대가 역시 모르스 신호로 답신을 보냈다. “희망 있다. 조금만 참아라!” 이 대답을 우울하게 새 해를 맞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으면 한다.
앞날에 대한 희망만큼 사람을 활기 있게 하는 영양제는 없다.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가능성을 믿는 긍정적인 생각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희망이다.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낙관적인 인생관을 갖는 것이다. 비관적인 사람의 문턱에 복이 들어올 수는 없다. 희망을 품은 자는 넘어져도 빨리 일어난다. 넘어진 것이 실패가 아니라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실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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