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어니스트는 어릴 적 어머니로부터 마을 앞 절벽 위에 있는 사람 형상의 큰바위 얼굴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언젠가 큰바위 얼굴을 닮은 위대한 사람이 나타나 마을의 훌륭한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전설이 내려오긴 하지만 아직 그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어니스트는 하루에도 몇 번씩 큰바위 얼굴을 바라보며 그 인자한 모습을 닮기 위해 노력했다. 가난한 그에게는 그 얼굴이 유일한 스승이었다. 세월이 지나며 어니스트는 큰바위 얼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되는 갑부, 전쟁 유공자 장군, 언변이 뛰어난 정치인, 그리고 천재적 시인 등 여럿을 만나지만 번번이 실망으로 끝났다.
여러 해가 지난 어느 날, 전도자가 된 노년 어니스트가 해질 무렵 큰 바위 얼굴을 배경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강연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천재 시인은 소리쳤다. “보라! 어니스트야말로 큰바위 얼굴과 똑같다.”
나다니엘 호손의 소설 ‘큰바위 얼굴’에는 “지속되는 모델링을 통해 자신의 행동과 습관을 변화시킬 수 있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통찰력이 내포되어 있다. 2,000년 전 고대 그리스나 100년 전 호손이 살던 미국이나, 그리고 인터넷이 주도하는 요즘이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롤모델의 중요성은 유효하다.
그리고 각 시대 마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저 사람처럼 살고 싶다”라는 동기부여를 주는 롤모델은 얼마든지 있다. 만일 아리스토텔레스와 호손이 오늘날 살아있다면 아마도 “괴짜를 롤모델로 삼아라”고 조언할 것이다.
왜 하필이면 괴짜일까. 창조와 혁신을 쟁점으로 하는 인터넷과 글로벌 경제에서는 예전에 학교에서 배운 ‘앞으로 나란히’를 잘하여 주변 사람들과 조화ㆍ균형을 맞추고, 윗사람의 지시에 순종하는 양 같은 평범한 사람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줄에서 튀어나오고, 남의 시선을 개의치 않으며,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즉 특이하다 못해 이상야릇함을 지닌 사람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괴짜 연구로 유명한 에딘버러 대학의 데이빗 위스크 교수는 “주변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에 집착하고, 틀에 얽매이기를 거부하며, 왕성한 호기심으로 끊임없이 자기주도 배움을 추구하는 사람”이 괴짜라고 피력했다. 사람들이 자신을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 난독증 환자(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자폐증 환자(대중 예술의 선구자 앤디 워홀)라고 부르며 왕따를 시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 이들이 좋은 예다.
두뇌의 전두엽이 익어가며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하면 학교에서 배운 것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깨달음이 온다. 학교가 요구하는 것만 따르고 맞추다 보면 보통의 삶에 머무르게 된다. 학교가 원하는 것은 괴짜가 아닌 평범, 특이가 아닌 표준, 이상한 것이 아닌 정상적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보통의, 보통에 의한, 보통을 위한 삶의 주춧돌이다.
그렇지만, 인터넷과 글로벌 경제는 평범ㆍ표준ㆍ보통에 쐐기를 박았다. 커피를 예로 들면, 이제 우리는 캡슐커피, 생원두, 티백커피 등 입맛에 따라 수십 가지 옵션을 즐길 수 있고, 커피를 내리는 방법도 손으로 내려 마시는 방식에서 자동 커피메이커까지 다양하게 세분화 되었다. 즉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평범ㆍ표준ㆍ 보통이란 단어가 설 자리를 잃은 것이다. 지금은 우열이 아니라 선택의 시대다. 이 때 바라봐야 할 얼굴은 괴짜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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