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 의존도 지나치게 높아… 광물·곡물 수출 큰 타격
▶ 구리 등 가격 폭락 속 향후 전망 암울... 베네수엘라는 실질적인 채무불이행 상태
[산티아고, 칠레]
중국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라틴 아메리칸들 만큼 걱정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중국은 칠레산 구리의 거의 40%를 사들일 뿐 아니라 중국의 끝없는 수요 덕에 구리 가격은 파운드 당 1달러에서 4달러로 폭등했다.
중국정부는 페루의 광산과 어업에 수십억달러를 쏟아 붓고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콩을 사는데도 역시 수십억달러를 사용했다. 중국이 베네수엘라에 제공한 차관은 무려 500억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베네수엘라는 이것을 원유로 갚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 원자재에 대한 중국의 수요 덕분에 이 지역은 1970년대 이후 가장 풍요로운 10년을 경험했다. 정부 재정은 두둑해졌으며 이 지역 빈곤율도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그런 시대는 끝났다. 최근 라틴 아메리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IMF 컨퍼런스에서도 중국의 둔화가 이 지역에 가장 뚜렷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의견들이 많이 나왔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칠레 재무장관을 지낸 안드레스 벨라스코는 “상품 호황은 정부와 기업들에게 어려운 선택을 피할 수 있도록 해 줬다”며 “아르헨티나조차 거의 10년 간 연 5~6%씩 성장했다”고 말했다.
구리가격은 이제 3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중국의 수요부진으로 상품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전망은 한층 더 어둡다. 특히 주요 원유수출국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 수요 감소와 과잉공급으로 폭락하고 있는 원유가는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베네수엘라는 자유낙하 상태이다. IMF는 베네수엘라가 2014년과 2015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약속한 중국행 원유 선적도 제한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질적인 채무불이행인 것이다.
IMF에서 서반구를 담당하고 있는 알레한드로 워너는 “라틴 아메리카의 성장은 상품 붐 이전 시기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IMF는 2014년 이 지역 성장률이 3년 전의 3분의 1 수준인 1.3%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침체는 라틴 아메리카 경제가 어떻게 역사를 통해 라틴 아메리카를 괴롭혀 온 외적인 취약성을 극복하는 데 실패했는가를 그대로 보여준다. 지하자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는 이 지역 발전을 끊임없는 호황과 파탄의 악순환에 빠뜨려 왔다.
남단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부터 북쪽 멕시코에 이르기까지 많은 라틴 아메리카 관료들은 개발국가로 가는 티켓이 되는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한 오랜 노력을 중국이 저해했다고 비판해 왔다. 중국의 값싼 노동력은 라틴 아메리카 제조업을 따돌렸으며 제조업 투자의 대부분을 중국이 차지했다. 또 중국은 라틴 아메리카의 광물과 농산물을 마구 사들임으로써 이 지역 화폐가치를 높였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중국의 상품 경쟁력을 높여주었다.
라s 아메리카 경제에 있어 제조업의 비중은 계속 하락해 왔다. 특히 중국이 세계무역기구 가입을 게기로 글로벌 경제에 공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더욱 그랬다. 1980년대 초 52%였다가 1990년대에 27%까지 떨어졌던 원자재 수출 비율은 세계 금융위기 직전 다시 50% 이상으로 높아졌다.
라틴 아메리카 경제에 중국이 남긴 발자국과 관련해 하버드 대학의 경제발전 전문가인 대니 로드릭은 이를 산업혁명 이후 대부분의 국가들이 걸었던 경제발전의 표준을 벗어난 ‘시기상조 탈산업화’라고 불렀다.
칠레 재무장관을 지낸 벨리스코(54)는 23세 된 한 대학생이 자신에게 구리로 번 돈을 칠레 정부가 어떻게 쓸 것인가를 물은 적이 있다고 기억했다. 이에 대해 벨라스코는 학생에게 자신의 나이가 되면 칠레에는 더 이상 구리가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그는 “구리로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구리 없이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페루의 나즈카 지역 태평양 해안에 있는 오지마을 산후안 데 마르코나로 가 보자.1950년대에 미국인이 갖고 있던 노천 철광 광부들이 살기 위해 만든 이 마을에는 더 이상 미국인 매니저들이 없다. 페루의 독재자 후안 벨라스코 알바라도 장군이 1970년대에 이들을 내쫒았기 때문이다. 현재 이 광산은 1990년대에 이곳을 매입한 중국정부가 파견한 중국인 매니저들이 들어와 있다. 페루 리마의 한 대학 연구소의 경제학자인 신시아 샌본은 “성장하는 중국 덕에 페루도 지나 10년 간 같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기업들은 원자재에만 관심 있는 것이 아니다. 브라질을 가로지르는 철도와 500억달러 예산이 소요되는 니카라과의 전장 171마일 운하 등 물자 수송 시스템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2010년 현재 중국의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 대한 차관은 세계은행과 인터아메리칸 은행, 그리고 미국의 수출입 은행 대출을 모두 합한 액수와 비슷하다. 하버드 대학의 카르멘 라인하트 교수는 중국이 라틴 아메리카 금융의 메인 자금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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