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한 달 동안 신문에 기사거리를 제공하던 땅콩 회항은 부사장과 관련 임원의 구속 후에도 꾸준히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과거 같으면 간단한 푸닥거리로 국민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고는 조용히 사라졌을 일이다. 인터넷기술과 국민의식이 크게 발전, 변화했음을 실감하게 한다.
이번 사건의 해결과정을 바라보며 제삼자의 입장에서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하나는 해당 기장이 비난의 화살을 피했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진짜 피해자인 탑승객들이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장에게는 비행기내의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 있다. 안전운항이라는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라는 요구다.
땅콩 회항을 한 기장의 판단 근거가 밝혀지지 않았다. 왜 회항을 결정했는지, 회항이 최선의 선택이었는지가 분명치 않다. 부사장의 압력이 회항을 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는지 의심스럽다. 기장의 결정과정과 판단이 규정과 매뉴얼을 지킨 결과인지가 궁금하다. 오너 딸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면 세월호 선장과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결과만으로 세월호 선장에게 뭇매를 가하고 대한항공 기장에게 동정을 한다면, 우리는 세월호 참사에서 제일 중요한 교훈을 놓쳐버린 것이다. 기장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운항을 한 피해자로 둔갑해 있다. 부사장의 부당한 지시를 무시하고 운항을 계속하면 승객에게 더 위험하다는 궤변이 가능하다.
그런 궤변이 가능하다면 세월호 선장을 단죄할 수 없다. 이런 정도의 위협에 굴복한다면, 진짜 위급한 상황에서 기장은 비행기와 승객을 버리고 혼자만 탈주를 시도할 것이다.
탑승하고 있던 300여명에게 적절한 해명과 보상이 있었던 것 같지도 않다. 땅콩 회항으로 승객의 소중한 150여 시간이 낭비되었다. 정상적인 운임을 지불하고 탑승한 300여명 승객이 부사장의 전용기 뒷자리에 무임승차한 취급을 받았다.
잠재적 피해자인 대한민국 국민은 불매운동을 벌이지 않고 있다. 실체도 불분명한 광우병 소고기에 흥분하던 국민들은 침묵하고 있으며, 세월호 참사에 눈물 흘리던 국회의원들은 안전 불감증으로 회귀했다.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자매애가 뛰어난 막내동생 전무의 발언이다. 부사장이 하루아침에 안하무인이 되었을 리 없다. 적지도 않은 나이에 철없는 행동을 했다고 그 사람 하나의 잘못으로 치부할 수 없다. 그 회사에서 부모가 하는 행동을 보며, 그 행동을 받들어주는 임원들의 대응을 보며 학습되었을 것이다.
10%도 안 되는 적은 주식으로 이사회를 장악하고 개인회사같이 운영하는 재벌은 그를 뒷받침하는 임원들이 있어야만 가능해진다. 개인을 우상화해서 절대권력을 만들고, 그 절대권력 밑에서 우상과 권력을 나눠 갖는 방법을 터득했다. 자신의 경영능력을 다수의 주주들에게 평가받는 것보다 손쉬운 방법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독재는 습관이다”라고 경고 했다. 나쁜 습관은 환경에 편안히 적응하려는 게으름의 결과이고, 지속되면 몸을 해치는 치명적인 병이 되기 마련이다. 독재자에 빌붙어 권력의 부스러기라도 나눠 갖고 싶은 추종자들로 독재는 유지된다. 박정희 대통령의 압축 성장을 위해서 만들어지고, 비호를 받으며 성장한 재벌그룹이 독재자의 운영방법을 학습하고 대물림하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이 칼럼의 제목을 안하무인으로 정하고 나서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다. 안하무인의 뜻은 익히 알겠는데 유래가 궁금해졌다. 한참을 뒤졌지만 유래에 관한 글은 찾을 수 없었다. 대신 공감이 가는 정의를 하나 발견했다. “교만한 사람이 남들을 업신여긴다는 뜻으로, 이런 사람은 결국 남의 업신여김을 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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