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얼마간 휴식하며 드라마 ‘미생’을 보게 되었다. -그래도 아직 살만한 인생-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데 제목이 말해 주듯 이 작품은 샐러리 맨들의 성장기라고나할까,직장에서 펼쳐지는 갈등과 좌절 그리고 그 치유를 그린 작품이다.
고졸이 전부인 어느신입사원이 스펙이 장애가 되어 결국 대기업 정규 채용이 좌절되는 내용을 그리고 있는데한국사회의 현실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냈다고 호평 받았던 작품이다. 그래도 아직 살만한인생… 그것은 사회적 제도 그리고 조직이 아무리 냉혹하다 해도 그 속에서 매일 숨쉬고있는 인간(애)은 살아있다는… 일종의 휴머니즘을 뜻하고 있지만, 오히려 드라마가 주는감동은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그러나 아무나 갈 수는 없다’고 절망하는주인공의모습이다.
누구나 갈 수 있는 길… 그러나 그 절벽에서 좌절하는 주인공의모습은 사실 그 끝이라기 보다는 치유의 길로 나아가는 또 다른 시작이라는 점에서누구에게나 젊은 시절을 되돌아 보게 한다.
다소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멜랑콜릭한 과거 하나쯤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돌아보면 그것이 과도한 욕망… 허상이 낳은 목마름이었을 뿐이지만 젊은 시절에는 왜그렇게 가득한 절망으로 방황했는지…. 살아 숨쉰다고 해서 그 자체로 감사할 사람은많지 않다.
늘 무언가 허전하고 채워지지 않는 욕망… 그리고 끝 없는 좌절감. 딱히 무어라말할 수 있는 어떤 원인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존재의 가벼움이라고나할까? 한 줌의 흙,그 공허한 끝을 향해 걸어가는 순간순간을 견디기 위해 그 어떤 도취의 아편이 필요 없는자가 있을까?사람들은 종교가 이러한 절망감을 해결해 주리라고 믿는다.
혹은 어떤 특별한 관심,사랑이 이러한 병을 치유해 주리라는 믿음을 갖기도 한다. 물론 어떤 구원이든 간에그것은 극단의 반대편에 서서 서로 마주하고 있는 것일 테지만, 한 사람이 종교에 빠져있다면 이는 커다란 고통이나 방황… 정신적인 아픔을 경험한 사람들일 것이다. 어떤사람이 미학(예술 등)에 빠져 있다면 이 역시 심각한 고독이나 방황 속에서 세상의 끝을 본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음악이 누구에게나 치유제가 될 수 있다고 감히 말할 순 없겠지만 한때 모차르트 (등)에빠져 지내던 적이 있었다. 순수… 그것이 구원이 될 수 있는 것은 오직 맑고 젊은 시절에나 가능하다.
특히 모차르트의 음악은 밝고 활기차서 좋았다. 순수한 소년기로 되돌아가는듯한 설레임이 있다고나할까. 발랄하면서도 어딘가 멜랑콜릭이 감도는 선율미는 정말신이 내린 축복… 영혼의 치유제인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모차르트를 떠난 것은 그가상의 세계 속에서 스스로 향하는 자위적인 노력, 그 속에서 살아 갈 수 있는 몇몇선택받은 자들과는 달리 현실의 괴리감, 삶이란 여전히 힘들고 고단했기 때문이었다.
아름다움의 세계… 멜랑콜릭을 자극하는 아마데우스의 세계는 정말 영화처럼 아름답긴했지만 또 너무나 먼 다른 세계의 이야기였다. 그후 나그네처럼 모차르트를 떠났다.
그리고 먼 훗날, 비바람 속에서 다시 아마데우스의 흉상을 발견하게 된 것은 그 흉상의크기와 위용때문이 아닌, 오직 비가오나 눈이오나 언제나 제자리,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긴 세월의 인내, 그 변함없는 마음… 진정한 예술(음악)정신의 천재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왜 치유받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치유의 약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어쩌면목마름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세상은 치유의 아름다움… 모차르트가 없기 때문에절망스러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큰 뜻… 희망을 품고 싶은 절망이 없기 때문에절망스러운지도 모른다. 새해에는 강한 목마름으로 들어보는 영혼의 선율… 되돌아 보는미생(치열한 생), 그 치유의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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