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새삼스레 수줍은 소망이 아지랑이처럼 실실히 피어오른다. 그래서 새해의 결심도 세우고 이웃에게 진심어린 덕담도 나누게 한다.
그런데 이즈음은 일년에 오직 정월과 12월 밖에 없는듯 어느새 일월도 속절없이 가는데 그 며칠 사이에도 온 세계에 난무하는 폭력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중동에선 백주 대낮에 사람을 결박시켜 꿇어 앉혀놓고 댕강댕강 목을 자르는 IS의 참혹한 살상이 대책없이 되풀이되고, 프랑스에선 자신의 행위를 모욕했다고 벌건 한낮에 신문사에 뛰어들어 명 한 명 확인해 가며 쏘아 죽이는 참사, 미국에선 순찰차량 안에 앉아 있던 경찰이 총 맞아 죽고, 애 키우는 엄마는 총 무서운 걸 모르는지 핸드백에 장전된 총을 갖고 있다가 그걸 꺼내든 두살박이 딸내미의 총에 맞아 죽었다. 길가다 영문도 모른채 맞아 죽는 행인. 피부빛이 검다는 이유때문에 길가다 말고 체포되는 불평등.
한국에선 일가족 살해, 어린이 집에선 선생이라는 이는 애들을 물건처럼 패고 패대기치고. 식당에선 서비스가 맘에 안든다고 갖은 행패를 부리는 손님, 비행기에선 잘모시지 못했다고 직원을 무릎 꿇리고 그것으로도 분이 풀리지 않아 비행기를 회항시켜 직원을 수하물 팽개치듯 내려놓는, 있는자의 몰상식한 폭력. 도로에서 운전하다 시비붙으면 고속도로건 어디건 일단 세워놓고 한판 붙어봐야 한다.
그 새 뒤에서 오던 수십대의 차가 연속 충돌을 해 몇 사람이 죽어가건 말건. 주차장에선 주차문제로 시비붙어 곤봉든 활극이 벌어지고 젊은 애들은 직장이 없어 암울한 미래.
돈으로 사람의 가치를 정하는 사회에서 계급 사다리를 막막히 올려보는 서민은 끝없는 모멸감속에 그만 손 놓고 싶다. 높아만 가는 자살률. 우린 왜 이렇게 화 났을까, 물으면 그걸 몰라서 묻냐? 는 고함과 함께 몰매를 맞을것만 같다.
미국에선 인종문제와 총기문제, 그리고 환경 문제의 해결이 시급하지만 내가 태어나 성장한 내 고향의 문제, 부패, 불신, 타인에 대한 온갖 폭력은 대체 어디서부터 해결이 시작될까?
만약 한국이 미국처럼 총기소유가 자유롭다면 한국의 인구는 눈 깜빡할 사이에 엄청 줄어들 것이다. 나는 잘났고 너는 못났고 가 아니라 너도 소중하고 나도 소중하고 너와 내가 서로의 필요에 조금만 더 너그러워 공감하고 이해하고 배려해 공생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만 있다면. 돈이 그 사람의 가치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는 그 평범한 사실을 간과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오십년 후면 이를 갈며 칼을 갈던 사이도 모두 한줌의 먼지일 따름이란 사실을 첨례하게 느낄수만 있다면.
쟝 미쉘 바스키에는 뉴욕할렘 출신 화가다. 그의 그림은 슬럼가의 건물벽에 마구잡이로 떡칠해 논 낙서에 다름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낙서에는 어린이의 그림에서 종종 보여지는 천진함과 에너지위에, 재능이 보여주는 균형감각이 더해있어 슬럼가라면 눈살을 찌푸리는 평범한 시민들의 마음에까지도 호소하는 무엇이 있다. 그는 이십몇세에 마약과용으로 요절했다.
사회의 말썽꾼이들은 왜 한결같이 술이나 마약, 도박이나 애정행각으로 추하게 침몰하느냐고? 살갗이 홀랑 벗겨지는 아픔위에 소금으로 문질러지는 아픔을 겪어보지 못한 이들은 이해할수 없다. 바다위에서 식수없이 표류하다 죽는 길인줄 뻔히 알면서도 마구 바닷물을 들이키는 사람이 심정. 종종 예술가는 좌초되는 선박에서 탈출하기 위해 절박하게 달리는 동물로 묘사되곤 한다.
현대의 총체적 불안과 공포, 폭력에서 인류를 안전하게 탈출시킬수 있는 기적적 치유는 정녕 일군의 어느 예술가들에 의해서 표출, 실현 될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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