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수업시간에 좋아하는 가수와 노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날이 18일이었기 때문에 선생님께서는 평소처럼 18번을 부르셨다. 그 번호는 내 번호였다.
선생님께서 나에게 물으셨다.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냐?” “좋아하는 가수는 없는데요.” 내 대답에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시며 선생님께서는 다음 질문을 던지셨다. “그럼 좋아하는 노래는 뭐냐?” “이문세 씨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을 좋아합니다.” “ 에이……” 여기저기서 우리반 친구들의 야유가 튀어나왔다. “그게 그거지 뭐.” 친구들이 내뱉는 소리도 들렸다.
하지만, 나에게 두가지는 엄연히 다른 것이었다. 가수 이름을 붙인 이유는 그 노래를 누가 불렀는지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그 당시에 나는 ‘이문세’ 라는 가수를 개인적으로 알지도 못할 뿐 아니라 그냥 그 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좋아할 뿐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이문세씨를 싫어한다는 건 물론 아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럴 수도 있지. 그 노래가 좋다고 그 가수가 좋은 건 아니니까.” 그렇게 이야기는 일단락되었다.
그 당시에 내가 좋아한 것은 그 노래의 가사였다. 물론 이문세 씨의 그 풍부한 감성 덕분에 노래가 아름다운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그 노래의 가사를 음미하는 것이 더 좋았다. 나중에서야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 이영훈 씨의 곡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때에는 내가 작사와 작곡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알지 못했는데 이영훈 씨는 주옥 같은 노래를 많이 만드신 분이었다.
그분은 노래를 부르는 가수에 가려져 안 드러날 뿐이지 곡 한곡을 만들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좋아하는 작곡가가 누구예요?”라고 물어보지 않는다.
그리고 나처럼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노래를 좋아하는 것과 가수를 좋아하는 것은 같다고 생각해 버린다. 훌륭한 작사가와 작곡가 그리고 가수, 이 세박자가 맞아야 훌륭한 노래가 나오는 것임에도 말이다.
어디 노래뿐이겠는가? 세상에는 보이는 것보다 안 드러나는 것이 훨씬 많다. 나는 드러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도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싶다. 그리고 보이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다. 하나하나가 다 중요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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