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주위에는 유난히 까마귀들이 많이 난다. 아마 집 뒤의 작은 야산 때문일 것이다. 까마귀는 까마귀 오(烏)라하여 눈 없는 새(鳥)… 즉 흉조로 불리운다. 울음 소리가 특히 귀에 거슬리고 안개라도 낀 날에는 마치 저승사자처럼 음산하기 조차하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까마귀가 길조다.
흉한 생김새와는 달리, 까마귀는 나이 든 어미새를 부양하는 효자새로 불리어 왔다고 한다. 온 몸이 칠흑같이 검고 단단한 부리로 먹이를 쪼는 모습이 매우 용맹스러우며, 튼튼한 날개를 활짝 펴 여유있게 공중을 나는 모습이 얄밉도록 당당해 보인다.
주로 홀로, 혹은 한 두마리씩 민가에 나타나거나 야산 주위를 날며 먹이를 찾곤 하는데, 하늘을 날면서도 까악 까악- 자신을 과시하는 모습이 마치 정복자처럼 위압스러워 보이지만, 높은 지붕 위에 홀로 앉아 있는 모습은 늘 고독해 보인다.
까치를 좋아하는 우리들과는 달리 서양인들은 까마귀에 더 관대하다. 아마도 홀로 지내기를 좋아하는 서구인들의 습성때문일까? 반면 까치는 여러 마리 떼지어 다니기를 좋아하고, 사람들과도 친하다. 물론 환경이 변한 요즘, 까치도 공격적으로 변했다고 한다. 민가에 내려와 농작물에 피해나 입히는 해로운 새로 전락, 포획 상금까지 제정된 상태라지만 한국인들의 정서에는 여전히 까치는 국조나 다름없다.
요즘처럼 찬 바람 부는 겨울… 시골의 감나무 끝에 덩그러니 남아 있는 몇 개의 감들은 겨울먹이를 대비한 까치들의 밥이었다. 이름하여 까치 작(鵲)… 백성들에게 희망을 전달해 주던 새… 늘 민가 주변에 살면서 사람들과 정서를 교감해 왔던 상서로운 새였다. 특히 ‘까치까치 설날’ … 설날이 올 때 마다 동요 속에 등장하여 늘 그리움으로 떠오르는 새이기도 하다.
먼 이국 땅에서 살다보면 가끔 까치가 그리울 때가 있다. 너는 너, 나는 나… 까마귀 처럼 삭막한 삶을 살다보면 산다는 것이 지친 여행자처럼 고단해질 때가 많다. 홀로 걷는 길… 그것은 고독하면서도 긴 여행…
귀소에 대한 갈망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행의 끝… 그 영원같은 평화를 우리는 어쩌면 고향이라 부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고향이란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곳만을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아니 어쩌면 수 천년, 수 만년의 세월을 태어나고 다시 태어난, 그 유전자 속에 잠재하는… 꿈속의 고향도 고향일 것이다.
고향하면 늘 떠오르게 되는 것이 무엇일까? 겨울의 숲속… 눈 쌓인 나뭇 가지 사이로 날아오르는 까치들의 모습도 그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까마득한 어린 시절… 아니 조상 대대로 보아온 정경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마도 한 폭의 동양화처럼 그 영원의 고요를 깨는 퍼득이는 날개짓… 생명력이 주는 희열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아침에 까치가 울면 손님이 온다며… 까치를 좋아했던 우리들… 설날(구정)이 되면 눈 길을 헤치고 ‘까치까치 설날’을 노래하며 세배를 가던 우리들… 그 정서 한 가운데 까치 한 마리 나는 겨울 서정 없는 한국인들이 과연 있을까?조선시대 민화에는 유난히 까치 소재의 그림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른 아침이면 동구 밖에서 까악 까악- 울어대던 반가운 소식의 전령… 뱀을 쪼아먹은 습성으로 보은의 전설을 곁들여 칭찬해 마지않았던 까치는 우리에게 길조요, 영조였다. 그러나 그렇게 반가웠던 손님… 한 폭 동양화 속의 그리움의 새… 까치는 더 이상 환영받는 새가 아니라고 한다. 난무하는 농약, 산성 비 때문에 개구리, 곤충 등 먹이감들이 사라진 지금 까치는 민가에 내려와 농장물에 피해나 입히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고 한다.
한 해가 바뀌고, 이제 곧 구정이다. 망가져가는 지구촌에서, 우리들의 동심도 함께 사라져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망향의 한탄, 그리움 처럼 간직되어 온 향수의 길조… 까치를 생각하며 ‘까치 까치 설날’을 노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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