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슬퍼도 울고 기뻐도 운다. 말 못하는 동물도 운다. 인간과 동물이 흘리는 눈물에 차이점이 있다면 동물은 인간과는 달리 거짓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간의 거짓 눈물을 셰익스피어는 ‘악어의 눈물’이라 불렀다. 흔히 인간의 위선을 빗대어 비판할 때 쓰인다. 거리낌 없이 애국을 말하기를 직업으로 삼는 대한민국 정치인들에게 유난히 많은 것이 싸구려 눈물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병역이 면제된 차남의 신체부위에 대한 공개검증을 확인하면서 “장가도 안 간 서른네 살 아들이 대중 앞에 다 노출되고,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눈물을 흘리며 탄식했다고 한다.
이 후보자는 철심이 박힌 차남의 X선 사진을 보여주며 병역면제 의혹을 불식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국민들은 차남이 심각한 부상을 당했으면서도 곧바로 수술을 받지 않고 14개월이나 지나서 수술을 받은 데 대해 병역을 회피할 목적으로 그랬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은수저를 입에 물고 ‘신의 가족’으로 태어난 아들이 돈이 없어 수술을 미뤘을 리는 없지 않은가.
준 전시 하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병역 문제가 얼마나 민감하고 폭발성이 강한 지 이 후보자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런 이 후보자가 군대 안 간 차남의 X선 사진을 훈장처럼 흔들며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눈물을 보이는 것은, 자식을 군대에 보내고 가슴 졸이는 수많은 대한민국의 어버이들을 모욕하는 짓이다.
고위 공직자나 공인이 가족의 프라이버시 침해까지 감수해야 하는 곳이 대한민국만은 아니다. 아니 선진국에선 더 혹독한 검증을 받는다. 미국의 경우 인사청문회 개최 전에 백악관인사국, 연방수사국, 국세청, 공직자윤리위원회 등이 총 233개 항목에 걸쳐 후보자 개인과 가족은 물론 심지어 이웃까지도 철저히 조사한다. 조사 과정에서 도덕성에 조금이라도 하자가 발견되면 인선에서 제외된다.
클린턴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법무장관으로 법조인인 조 베어드를 야심차게 지명했지만 고용한 페루 출신의 가정부가 불법체류자임이 밝혀지자 베어드는 자진 사퇴했다. 대한민국에서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스승이자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를 지낸 톰 대슐 전 의원을 보건후생부 장관에 내정했지만 탈세 논란이 일자 지명을 철회했다. 대슐이 스스로 물러났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선 후보자가 미납 세금만 내면 그만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탈세, 논문 표절 등등 도덕성에 문제가 많은 사람도 ‘능력만 있으면 된다’며 임명을 강행하지만, 미국에선 능력이 있어도 도덕성에 문제가 있으면 공직자가 될 수 없다. 차남의 병역면제 의혹에 이어 부동산 투기와 재산 증여,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여 있는 이 후보자는 운 좋게도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덕분에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무난히 총리 인준을 받게 될 것이다. 제대로 된 나라에서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만큼 이 후보자는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탄식할 게 아니라 병역을 면탈하거나 비리를 저지르고도 버젓이 대통령이 되고 총리가 되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에 오히려 감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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