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잎사귀 하나, 코범벅이가 된 아기를 보고도 감탄을 연발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20년을 내아들 셋, 남아이 모두 내아이라 착각하고 그 많은 아이들을 대하다 보니 아이들이 귀엽기만 하고 신기하다거나 떨어진 꽃잎 하나를 보며 아름답다 생각하는 횟수가 눈에 뛰게 줄어들었다.
그리 감정이 메마르는 게 안타까워 요즘은 매일 하루에 한번씩은 먼 하늘과 맑은 구름을 본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차가워졌을 때는 한두번 더 본다. 하늘보며 자연에 감사하고 마음 따듯해지는 내자신을 보며 더 나은 미래를 다짐하고 아직은 감수성이 살아있다 위로하고 싶은 이유다.
지난해 말, 내 인생의 몇년을 재정리해 보았다. 과연, 책임감있는 교육자는 그래야 한다 착각하고 정신없이 열심히 일해 얻은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봤다. 도대체 내가 그리도 좋아했던 꽃봉우리, 아기들에게도 무관심할 정도로 열심히 해 남은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봤다.
의무감 반, 좋아서 반 그리 했겠지만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되면 솔직한 심정으로 이제는 다르게 살고 싶다. 내가 해야만 한다, 내가 상담하면 그 아이가 학교에 다시 일어나 갈 수 있어, 내가 가면 아이가 입을 열 거야, 그리 착각하며 내아이 픽업도 잊으며 가정방문을 한 적도 여러번이다.
그런 후, 아이가 바뀌었다거나 집중을 한다 등의 한마디는 내게 대통령상보다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보다 더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랬던 것이 창피하기까지 하고 오만과 착각이라 생각되고 후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과 가정의 조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고 내 눈밑, 내 코앞에서 보이고 벌어지는 일들, 사람들, 동물들, 살아있는 모든것에 무관심하며 내 성취감과 자아도취에 빠져 칭찬, 타인의 눈을 신경쓰고 나와 내가족을 희생하는 것이 먼 목표를 향해 가는 길이라 착각하며 눈앞의 큰 나무나 내 가족의 외로운 함성은 듣지 못했던 까닭이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좀더 귀를 기울이고 신비하고 소중한 자연과 자그마한 생명체를 즐기며 여유있는 마음으로 20년을 살아왔다면 오늘날의 하늘이 더 밝았겠지 하며 누군가 내게 말하는 듯하다. 사무실 복도에 흙이 묻어 들어온 나뭇잎이 내 감수성을 건드리며 어서 집으로 가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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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밀 정씨는 20년간 교육계 종사와 교육사업을 하다 지금은 교육/직장/법률관련 컨설팅 대표와 SV한인회 문화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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