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일자리 7%가 원유관련… 시추 급감 속 감원 이어져
▶ 컨 카운티 수천만달러 세수감소... 흥청망청 프라이빗 클럽도 한산
오일 서비스사인 캐너리의 한 근로자가 베이커스필드 인근 유정에서 굴착기를 작동하고 있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베이커스필드 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매년 미국 시추업자협회는 베이커스필드에서 ‘거짓말쟁이 클럽’이라는 장난스런 이름을 붙인 연례 모임을 갖는다. 칵테일을 든 청중들은 원유 회사들의 유정 시추와 생산 전망을 듣는다. 이 전망은 너무 거창해 청중들은 과장이라는 것을 안다. 수천개의 유정을 뚫겠다는 허풍은 보통이다. 하지만 지난 달 모임에서는 어느 누구도 허풍을 떨지 못했다. 군소 업체들은 10개 미만의 유정을 시추하겠다는 발표를 했으며 셰브론이나 옥시덴탈 같은 거대기업들은 아무런 발표도 하지 않았다. 20년 동안 이 모임에 참석해 왔던 데이브 리피는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었다. 매우 가라앉았으며 기괴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폭락하는 유가가 베이커스필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미국 최대 오일 타운 가운데 하나로 지난 수년 호황을 구가해 왔던 이곳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것이다. 한 커리어 카운슬링 업체에 따르면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지난 6월 이후 전국적으로 약 2만1,000명이 원유업체들로부터 해고됐다. 캐나다의 유전 서비스 업체인 엔자인 에너지 서비스는 지난 12월 캘리포니아 주 근로자 7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캘리포니아 당국에 통보했다.
시추 계획들은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현재 작동중인 굴착기는 14개에 불과하다. 지난 6월에는 48개였다. 금년 현재 캘리포니아 자연보호국이 원유 회사와 개스 회사들로부터 접수한 시추 신청 건수는 14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25건에 비해 크게 줄었다.
최근 컨 카운티 수퍼바이저위원회는 재정비상 사태를 선언했다. 유전시설들로부터 들어오는 재산세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올 7월1일부터 시작되는 새 회계연도에 카운티 정부는 약 6,100만달러 정도의 예산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카운티 서비스들과 학교, 방화 등 모든 분야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는 텍사스와 노스다코다에 이어 전국 3번째의 원유 생산주이다. 대부분의 생산은 주에서 가장 생산량이 많은 유전들 가운데 5개가 소재한 컨 카운티에서 나온다. 18만8,500명 이상의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원유 업계에서 일한다. 여기에는 시추와 정유, 파이프라인 건설, 공구제작 같은 분야의 근로자들과 독립업자들이 포함된다.
베이커스필드의 경우 약 1만2,000명이 원유 개스 추출과 유정 시추 같은 분야에 고용돼 있다. 정우와 파이프라인 운동 등까지 포함할 경우 베이커스필드 일자리의 거의 7%가 석유와 관련이 있다. 이는 미국 메트로폴리탄 지역들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베이커스필드 상공회의소의 멜리사 로시터 대변인은 “원유는 지역 경제에 ‘생명의 피’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모든 사람들이 원유업계에서 일하거나 아니면 일하고 있는 누군가를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녀의 아버지도 이 업계에서 35년 이상 일했다.
유가가 반 토막 나면서 베이커스필드를 중심으로 운집해 있는 군소업체들의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베이커스필드의 독립 원유생산업자 협회의 레스 클락은 “휘발성 강한 상품시장에 많이 익숙해져 있음에도 걱정스런 얼굴들을 많이 보게 된다. 유가가 다시 오르기만을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때까지 업체들은 긴축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웨스트우드에 소재한 캘리포니아 리소시스는 카슨에 200개의 유정을 파는 프로젝트를 지난달 철회했다. 이 프로젝트는 3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됐었다. 최근 옥시덴탈에서 분사한 이 회사는 “최근의 상품 가격에 비춰볼 때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데이브 리피 같은 원유 업계의 다른 종사자들은 백업 플랜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리피와 그의 부인은 지난 10년 간 캘리포니아에서 작동중인 굴착기 관련 시추 컨설턴트로 일해 왔다. 일이 많을 때는 22명의 컨설턴트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한 명도 없는 상태다. 리피와 부인은 회사 문을 닫고 펌프 렌탈 회사의 세일즈 매니저로 진로를 바꿨다.
유가 하락 이전 베이커스필드는 건실한 경기회복세를 보여 왔다. 원유 호황 덕에 베이커스필드는 주택시장 붕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호황 이전 이 지역은 전구에서 차압율과 실업률이 가장 높은 곳 가운데 하나였다.
시의 인구는 계속 증가해 왔다. 특히 교육수준이 높은 젊은 전문직들의 유입이 많았다. 또 이 지역의 운영비가 싼 데 매력을 느낀 비즈니스의 이전도 많았다. 이 같은 호황은 베이커스필드 최고층 빌딩 꼭대기에 자리 잡은 프라이빗 다이닝 클럽인 페트롤리움 클럽의 수입 으로 확인됐다. 파티와 연회로 주로 수입을 올리는 이 클럽은 몇년치 예약이 밀려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유가 하락과 함께 회원들이 상당 수 빠져 나갔다. 이 클럽은 새 멤버에 부과하던 일부 비용들은 면제해 주는 등 프로모션에 나서고 있다.
원유 배럴 당 가격을 유정을 비롯한 원유 관련 시설에 부과하는 세금의 기준으로 삼는 컨 카운티의 처지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 원유와 개스 화사들은 지난해 카운티의 세금 베이스의 3분의 1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카운티 정부 관계자들은 일반 펀드에서 4,400만달러, 소방기금에서 1,700만달러 등 세수 감소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