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만든 영화 <불로기사>는 노인 17명이 소형 오토바이인 스쿠터를 직접 운전하면서 1178km 둘레의 대만 해안길을 일주하는 모험을 기록한 다큐멘타리 (documentary)다. 미국에도 소개된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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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로기사들의 평균 연령은 81세. 그중 2명은 암 환자이고, 4명은 보청기가 있어야 들을 수 있는 사람이고, 5명은 중증 고혈압 환자, 8명는 심각한 장염을 앓고있다. 사실상 노인들 대부분 그러하듯 모두 속병에 근육통 관절염 등 노인병 한 둘은 다 가지고 있는 분들이다. 그 나이에 왜 그리 위험한 짓을 하시냐고 주위에서 말려도 노인들은 마치 말을 타고 적진에 뛰어들듯 용감하기만 하다.
“나는 꿈이 있다. 나는 꿈을 이룰 수 있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2007년 당시 주인공들인 <불로기사>노인들은 국공(國共) 내전, 항일전쟁, 2차 세계대전을 겪은 파란만장의 세대들이다. 젊은 시절 숨가쁘게 살면서도 문득 이런 생각도 가끔은 했을 것이다. “어딘가로 멀리 떠나고 싶다”고.
“세계일주는 못해도 우리 사는 대만이나 한번 한 바퀴 여행하자”고 어느 부부는 항상 말로만 다짐 했는데 살기가 바빠서 차일 피일 미루는 동안 할머니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 할아버지는 이것이 한이 되어서 부인의 사진을 자기 수쿠터 앞에 달고 달린다. “여보, 이제야 약속을 지키네!” 심장병을 앓는 최고령의 할아버지는 의사가 그렇게 가시지 말라고 권유해도 끝내 고집하여 여행에 나섰다.
가는 도중 상태가 나빠져서 일행을 뒤따라 오는 엠뷸런스에 매번 신세를 지지만 그래도 좀 회복이 되었다 싶으면 다시 스쿠터를 타고 대열에 합류하기를 여러번 마침내 끝까지 여행을 완주하였다. 노인이 스스로를 다짐하는 말 “꿈은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나이 많은 노인들의 모험이라서 주위 모두가 조심스럽다. 그리고 섬의 해안길은 좁고 굴곡이 많은 만큼 위험하다. 그래서 앞차에 경찰차가 에스코트 하고 주최측 젊은이들이 같이 스쿠터를 타고 따르고 그 뒤에는 의사와 간호원이 있는 구급차, 가족들이 탄 버스가 따른다.
일정은 급하게 잡지 않았다. 대만 섬의 아름다운 경관을 여유롭게 감상하면서도 쉬엄쉬엄 양로원 고아원에 들려서 위문하도록 한 것이다. 양로원에는 자기보다 더 무력하고 고통을 받는 노인들이 많이 있었고, 고아원에는 모두 어른들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로 가득 하다. 여행을 마친 다음 돌아가서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위로하며 봉사하며 살 것이라고 다짐하며 불로기사들은13일간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친다.
언뜻 보면 영화는 뭐 신기할 것도 없는 노인들의 오토바이 여행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소리 없는 함성이 있다. “나는 살아있다. 나는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힘찬 아우성이다. 그렇다.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다. 그래서 도전을 접고 안주하는 순간부터 사람은 늙는다고 하지 않는가.
사람은 큰 병에 걸리지 않는 한, 아니면 사고를 당하지 않는 한, 어차피 늙어서 죽게 설계된 동물이다. 인생의 여정은 계절의 바뀜과 같고, 그 과정에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만큼 깨달아 지혜를 추가하는 과정이란다.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는 것처럼 인생에 있어서 나이를 먹는 것은 일상(日常)이며 우리의 삶 자체라고 생각하면서 요즘 나는 마음을 여유롭게 갖는다.
희망을 가지고 도전하며 사는 것이 바로 불로기사들이다. 우리 나이에는 제 3의 새로운 인생을 도전하며 살 것인지, 아니면 한갓 노인이 되어 조용히 사그라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날은 바로 오늘이란다.
이 영화를 보며 나 역시 불로기사가 되어 매일 사유(思惟)의 길을 떠나기로 다짐했다. 몸이 꼭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사유무애(思惟無涯)의 여행, 책을 읽으며 책 속에서 나는 고대에서 현대로, 동으로 서로 막힘없이 오가며 사람과 사건을 만난다. 그리고 그 거기서 새로운 ‘나’를 만날 것이다. 노후는 인생의 마지막 황금기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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