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정말 이러기야?“몬트레이로 달리던 자동차가 슬그머니 옆길로 빠지는걸 보면서 아가씨가 앙탈이다. “아예 산호세로 돌리시지 왜 왓슨빌로?” 길 안내판에 붙은 왓슨빌 방향판을 보면서 소릴 지른다. 그도 그럴 것이 ‘오빠’ 한테 한두 번 속은 게 아니다.
어디엘 간다 무얼 한다 약속은 찰떡같이 해놓고 막상 날짜와 시간이 닥치면 무슨 이유던가 핑계가 생겨 지키지를 못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자기가 아쉬울 때는 분명히 약속을 지키지만 그게 아닐 때는 그야말로 그게 아니곤 했다. 어느 연속극 한 대화가 연상되는 장면이다.
썩어 문드러진 극중 검찰총장이 말한다. ‘나는 나한테 이익이 되는 약속은 꼭 지킴니데이.’ 오늘은 모처럼 몬트레이에 가서 주말한번 멋지게 지내고 오자고 제의한건 오빠 자신이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또 아니다. “인제 이걸로 끝이야, 오빠한테 속을 만큼 속았고 당할 만큼 당했으니까 인제 나도 지쳤어. 내길 갈 거야. 피니, 끝, 굿바이, 사욧나라!”그러나 정작 당황하다 못해 공포에 빠진 사람은 운전자 ‘오빠’ 다.
차의 방향 변화에 그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갑자기 차가 멋대로 방향을 바꾼 거다. 운전석 핸들이 굳었다. 브레이크도 개스 페달도 모두가 얼어붙었다. 그런데 차는 자기가 알아서 어데 론가 가고 있는 거다. 등에서 땀이 흐른다는 표현은 여기에서 너무 약하다. “뭐야?” 이상한 낌새를 챈 아가씨가 말한다.
“뭐냐고....?”어쩔 줄 모르는 오빠의 당황한 행동에 분명히 무얼 감지한 아가씨도 이제는 겁에 질리는 듯 사뭇 떨리는 말소리로 겨우 다시 묻는다.
오빠의 대답은 없다. 그도 아마 분명히 얼어 굳어 있나보다.
“귀신이야, 귀신이야.” 이 말만이 겨우 오빠의 입에서 가냘프게 흘러나온다.
지금 그는 귀신에 홀렸던가 아니면 귀신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거다.
맞다, 귀신.
매사추세츠 출신 에드 매키 (Ed Markey) 상원의원에 의하면 미 전국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자동차를 만드는 전 세계 16개 회사에서 굴러 나오는 차들은 완전히 귀신들에게 노출되어있다고 한다. 귀신들은 사방에서 침략한다.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들을 위시하여 이를 등록하는 정부기관, 각급 수사기관, 자동차에 칩을 붙이는 전자회사, 그리고 악마 해커들.
자동차가 등록을 맞추고 주인의 손에 넘어가는 그 순간부터 ‘프라이버시가’ 사라진다는 거다. 어디를 갔는지 얼마나 빨리/느리게 갔다 왔는지 얼마나 술에 취해 갈지자로 달렸는지 이 모든 행적을 추적할 수 있다는 거다. 스마트 Car 가 더 스마트 할수록 해커의 밥은 그만큼 더 커진다.
해커는 물론 자동차에 기록된 주인의 개인정보를 아주 쉽게 뽑아간다. 골키퍼 없는 골에 축구공을 차 넣는 것보다도 쉽다는 거다. 그리고 달리는 자동차의 조종석을 빼앗는다. 그래서 몬트레이로 가는 자동차의 방향을 왓슨빌로 바꾼다. 악마의 환상곡에 맞추고 싶으면 두 대의 자동차를 정면충돌 시킬 수도 있다. 전 세계 어디서나 자유자재로 조종한다.
20세기 공상이 21세기 현실이 되는 거다.
매키 상원의원이 이 현실에 대책을 세워야 되겠다고 나서고 있다.
글쎄요....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