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유학 가있는 중 배운 단어다. 홈스테이 아주머니께 집이 그립다고 했더니 “향수병”과 흡사한 독일 단어를 가르쳐 주신 후 fernweh의 뜻을 가르쳐 주셨다. 집이 아닌 곳을 그리워 하는, 즉 여행 다니고 방문했던 곳을 그리워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 나라의 언어를 배우면 그 나라의 풍습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는 것 같다. 집이 제일 중요한 민족에겐 여행을 그리워 할 만한 경우가 많이 없으니 향수병이나 ‘homesick’ 이란 단어밖에 없을 수도 있겠지...
한국어에 대해 궁금해 하는 외국인에겐 종종 ‘정’에 대해 많이 설명하게 된다. 이와 같이 독일사람들은 여행을 많이 즐긴다고 들었다. 내 홈스테이 아주머니의 아들만 해도 2년째 중국에서 살고 있는 중이었다. 나 역시 여행을 즐기지만, 휴식을 원할 땐 ‘집순이’라는 별명을 들을 만큼 집을 선호하고, 독일 만큼 새로운 환경 속에서 민감함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길거리에서 질문이 있어서 영어로 말하면 얼굴을 찌푸리는 사람들 때문에 진땀을 흘리고, 서툰 독일어를 하면 무슨 소리냐며 재촉하는 점원들 때문에 가게는 각오를 하고 들어가야 했다. 이러던 도중에 fernweh의 뜻은 참 웃기게 느껴졌다. 집을 그리는 상황에서 전혀 와닿지 않는 단어였지만 ‘돌아갔을 때 쓰게 되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을 돌아다니고 돌아온 지 거의 반년이 지나간 지금, 그때 보고 들었던 것들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절대 지각을 하지 않는 독일사람들의 시간지킴, 60년 안에 세기 어려울 만큼 많은 변화를 거친 베를린, 그러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정신. 여러가지 그리운 점이 많은 만큼 그때 더 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도 있다.
주로 내가 겁먹었거나 나중에 하기로 미뤘기 때문에 결국 새로운 기회들을 놓치게 됐고,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참 빨리갔다. 베를린은 언제 돌아갈지 모르지만, 그 후로부터 여행가는 곳들에선 두려움을 감수하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
당연히 불편할 수도 있고 우려했던 나쁜 상황들이 일어날 확률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한번 가면 돌아오지 않는 게 시간이고, 적어도 노력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지 않겠는가. 더한 추억들과 지난 시간들에 대한 더 깊은 fernweh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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