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설이 있는 이 절기를 맞을 때마다 옛날 일곱, 여덟 살 어릴 때의 회상에 젖곤 한다. 70여 년 전, 일제하에서의 설날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 때는 왜 그렇게 설날이 기다려졌는지 알 수가 없다.
한 달 전부터 손가락을 꼽아 날짜를 세어가면서 설날을 기다리곤 했다. 겨울 김장을 담그느라 밤에 호롱불을 켜놓고 깍두기를 써는 어머니와 누나 옆에 앉아서 설날에 먹을 음식 준비에 대하여 주고받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그렇게 행복하였다.
설날이 되면 모두 새 옷으로 갈아입고 제일 먼저 할아버지 할머니와 부모님께 세배를 드렸다. 그리고부터 본격적인 세배의 즐거움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부잣집부터 세배를 하러갔다. 아랫목에 병풍을 두르고 양반다리로 앉아 있는 어른들에게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 하면서 절을 하면, 어른들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곶감, 대추, 밤, 때로는 돈을 주기도 하였다.
어린 세배꾼들은 동네를 한 바퀴 다 돌고 와서 마을 회관에 모두 모여 누가 많이, 무엇을 받았는지를 비교하곤 했다. 조금 덜 받았다, 못 받았다 싶으면 다시 그 집을 찾아 절하러 가기도 했었다. 얼마나 좋은 시절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여 나를 낮추어 새해 문안 인사를 하니 먹을 복이 쏟아져 내린 것이었다. 무릎을 꿇고 손을 땅에 대고 머리를 숙인 자세는 곧 낮아진 자세요, 고상한 말로 표현하면 바로 겸손이며 경배의 뜻이 있는 것이다.
히브리어의 ‘바라크(Barak) ‘라고 하는 단어는 ‘무릎을 꿇는다’라는 뜻이고 ‘부라카(Buraka)’라는 단어는 ‘축복’이란 뜻이다. 같은 어원을 지닌 이 단어들은 무릎을 꿇을 때 복을 받는다는 포괄적인 뜻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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