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덮으라고 한다. 몹쓸 짓을 하며 잘못을 저지른 가해자만이 아닌 일방적으로 당한 피해자에 대해서도 싸잡아 비난하는 양비양시론을 제기하며 과거는 무조건 덮고 미래를 위해 나아가자고 한다.
최근 워싱턴DC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 세미나에 기조연설자로 나온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담당 차관이 과거사 갈등문제를 겪고 있는 한•중•일 3국을 지칭하며 내뱉은 말이다.
그는 동북아 지역의 외교관계가 과거사에 기인한 갈등 문제로 꼬이게 됐다는 취지아래 "민족감정은 악용될 수 있고, 정치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하며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쉬운 문제"라고 밝혔다.
이는 참으로 가당치도 않은 말이며 소가 웃을 일이다. 일본이 자신들이 저지른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없어 발생한 갈등인데 한•중•일 3국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그의 발언은 일본으로부터 피해를 당한 주변국의 아픔은 도외시한 것으로 몇 번을 곱씹어도 언어도단에 불과함을 느낀다.
독일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희생자 위령탑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를 했다. 용서를 빌었다. 피해자들에게는 배상과 정신적 위로를 하고 있다. 나찌를 처단하는데 있어서도 적극적이다.
반면 일본은 어떤가? 일왕이 무릎을 꿇고 주변국을 침략하고 몹쓸 짓을 한 것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한다면 왜 과거사를 덮지 못하겠는가. 왜 미래를 향해 협력하며 나아가지 못하겠는가.
하지만 일본은 일방적인 침략과 합병, 한국여성들에 대한 위안부 노예화, 민족정기 말살 등에 대해 사과와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오히려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데 어떻게 덮어야 하고 어떻게 실타래를 풀어야 한단 말인가? 그럼에도 무조건 과거사를 덮으라는 것은 강대국의 행패로밖에 안 보인다.
만약 동북아에서의 미국 입지만을 생각해서 한일간의 과거사를 무조건 덮으라 외친다면 자칫 한국 국민들 감정을 상하게 해서 굳건한 동맹을 유지하고 있는 한미간의 관계에 해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로 한국과 중국의 협력이 우려된다면 차라리 미국은 일본에 대한 강한 압박을 통해 일본의 통렬한 반성을 이끌어내고 이를 계기로 한∙미∙일 3국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중국에 맞서는 것이 옳은 모습일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금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에 대한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할 때이니 지록위마하지 말기 바란다.
<이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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