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노선 계속 늘리자 기존 항공사들 반발
▶ 돈 걱정 없이 서비스에 집중, 승객들 만족
[아랍에미리트 국영 항공사 무서운 기세로 성장]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에서는 신공항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이다. 사막 한가운데서 거대한 금속 오징어가 떠오르는 것 같은 유기체 모양의 공항 터미널이 모양을 잡아 가고 있다. 공항의 주 고객인 에티하드 항공이 날로 번창하면서 기존의 공항으로는 승객 수용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에미리트 항공, 카타르 항공과 더불어 아랍 3대 항공사 중 하나인 에티하드는 그중 규모가 작지만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북미와 유럽의 터줏대감 항공사들은 에티하드의 팽창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에미리트 항공, 카타르 항공 등 아랍 항공사들이 완벽한 서비스를 내세우면서 세를 확장해온지는 10여년이 되었다. 그 결과 이들 항공사는 미국 항공사들에 비해 더 많은 국제노선을 가지고 있다. 국제노선 승객들 역시 미국 항공사 승객들에 비해 많다. 정부 지원 덕분에 재정적 어려움이 없이 서비스를 늘림으로써 이들 항공사가 승객들을 빼돌리고 있다고 미국 항공사들은 비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달 델타, 아메리칸, 유나이티드 3개 항공사 최고 경영자들은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아랍 항공사들의 미국 운항 횟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 정부와 미국 항공사들이 수년째 전 세계적으로 주창해온 하늘 개방 정책과는 정면으로 상치되는 주장이다.
아랍 항공사들 중에서도 에티하드 항공이 유난히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지난 2004년 창설된 이후 너무도 급속하게 성장하기 때문이다. 현재 에티하드는 100여대 항공기를 보유하고, 상파울루, 요하네스버그, 뉴델리를 포함 전 세계 110개 지역에 취항하고 있다. 30억 달러를 투입, 오는 2017년 완공 예정인 신공항이 문을 열면 연간 공항을 오가는 인원은 3,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뉴욕의 케네디 국제공항의 규모에 해당한다. 모두가 에티하드 승객이 늘어서 생기는 일이다.
에티하드는 미국 노선을 날로 키우고 있다. 6년 전 미국행 노선은 하루 한편이었던 것이 지금은 6편으로 늘었다. 에미리트 항공과 카타르 항공은 매일 미국의 9개 도시로 운항한다.
에티하드의 CEO인 제임스 호간은 미국 항공사등 기존의 항공사들의 비판에 개의치 않는다. 호주인인 호간은 항공사 주주인 아부다비 정부를 위해 돈을 벌고, 아랍 에미리트의 수도에 있는 항공사로서 아부다비의 이미지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것이다.
에티하드와 카타르, 에미피트 항공사들은 가장 최신 기종의 여객기로 운항하고, 젊은 승무원들을 고용하며 다른 항공사들은 쓸 데 없다고 생각하는 최고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내 바나 샤워시설 같은 것이다.
에티하드는 항공여행 1등석의 개념을 바꿔놓았다. 예를 들면 편도 2만 달러짜리 1등석이다. 에어버스 A380에서 제공되는 이 호화 티켓 승객에게는 버틀러라고 불리는 개인 승무원이 서비스를 맡고 침실과 개인 화장실이 제공된다.
이같은 호화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일반 상업용 항공사들과 달리 이들 아랍 항공사는 이윤이나 손실에 크게 집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관련 자료에 의하면 에티하드 항공은 지난 10년 동안 170억 달러의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 60억 달러의 무이자 정부융자 그리고 운영 손실분에 대한 지원금 65억달러를 포함한 것이다.
에티하드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 축구단인 맨체스터 시티 후원기업으로 6억4,000만 달러를 지원했는 데 이 역시 아부다비 정부가 지불한 것이다. 이같은 정부의 지원이 없었다면 에티하드는 벌써 파산 했을 것이라는 비판이 경쟁사들로부터 제기되는 배경이다. 든든한 정부 지원 덕분에 서비스를 마구 늘리니 타 항공사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것이다.
경쟁사나 외국 정부들이 이들 아랍 항공사의 급속한 성장에 브레이크를 걸려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캐나다, 독일, 중국, 한국에서 이미 이들 항공사의 무제한 서비스에 제동을 걸었다.
각국 항공사들의 반발에도 불구, 에티하드의 성장이 주춤해질 기세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에티하드가 받은 승무원 구직 신청서는 25만통이나 되었다. 6주반 과정인 항공사 자체 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현장에 배치되는 신규 직원이 매주 100명에 달한다.
직원들은 항공사측 대우에 만족한다. 근무시간이 긴 반면 주거시설이 공짜로 제공되고 아랍에미리트에는 소득세가 없다.
훈련과정 이수 직원들은 응급상황 시뮬레이션이 작동되는 모형 기내에서 훈련을 받는다. 기내에 연기가 차거나 기체가 추락하는 등 승무원들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들이다.
그 외에도 승무원들은 여러 교육을 받는다. 와인의 맛을 감별하는 법을 배우고 여성 승무원의 경우 화장법과 머리 손질법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에티하드는 꼼꼼한 서비스로도 유명하다. 기내 사용 젓가락만 3종류이다. 둥근 젓가락, 네모 젓가락, 금속 젓가락, 나무젓가락 등을 갖추고 목적지가 중국이냐 한국이나 일본이냐에 따라 맞는 것을 제공한다.
일반석 손님들에게 제공되는 베개는 가운데를 열면 머리받침으로 쓸 수가 있다. 수면용 가리개는 앞면은 빨간색, 뒷면은 초록색이어서 색깔에 따라 수면 중 식사시간에 승무원이 승객을 깨워야 할지, 그대로 자도록 해야 할지를 알려준다.
에티하드는 미국 항공사들이 직항 노선을 갖고 있지 않은 많은 도시들에 취항하며 공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편 델타와 유나이티드는 아부다비 행 노선이 없다. 그리도 눈부신 발전의 도시 두바이에 각기 하루 한편의 노선을 운항하고 있을 뿐이다. 아메리칸 항공은 그나마 없다.
결국 에티하드의 성장 비결은 미국 항공사들과 그 파트너 항공사들이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항공사측은 말한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