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운타운에 있는 시 수도 전력국(DWP) 건물은 LA 유명 정치인의 이름을 따 명명됐다. LA 시청 내 시의회 본회의장 명칭도 이 정치인의 이름으로 불린다. 그 이름은 현재까지 최장수 LA 시의원으로 시 역사에 기록돼 있는 ‘존 페라로’다.
USC 유명 풋볼 선수 출신의 페라로는 1966년 처음 시의원이 된 뒤 76세 때인 2001년 췌장암으로 별세할 때까지 무려 9번이나 재선에 성공하면서(당시에는 임기 제한이 없었다) 35년간 LA 시의회를 지켰다. 그 중 13년간은 시의장으로서 시의회를 이끌며 통합의 정치인으로 불렸다. 그래서 그는 1973년부터 93년까지 20년간 LA 시장을 지낸 탐 브래들리와 더불어 현대 LA시정을 상징하는 전설적 정치인으로 남아 있다.
페라로 전 시의장은 특히 한인사회와도 인연이 각별했던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한인타운이 지역구가 아니었음에도 한인사회에 남다른 관심과 애정으로 깊은 친분을 유지하며 시의장 재임 당시 ‘코리아타운’ 명명을 지원했고, 코리안 퍼레이드에도 단골손님이었다고 한다. 그의 장례식은 2001년 4월의 어느 봄날, 그가 생전에 출석하던 행콕팍의 세인트 브렌든 성당에서 열렸는데 당시 취재기자로 현장에 나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고인이 된 페라로 전 시의장을 새삼 회고하는 이유는 그가 생전에 대표해 온 지역구가 제4지구였기 때문이다. 이번 주 실시된 LA시 예비선거에서 젊은 한인 정치인 데이빗 류씨가 출마해 결선 행을 사실상 확정지으며 시의회 진출의 희망을 걸고 있는 바로 그 곳이다. 지금은 선거구 재조정으로 일부 지역이 바뀌기는 했지만 행콕팍과 할리웃 등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4지구의 핵심 지역으로 남아 있다.
이곳에서 페라로가 떠난 자리는 역시 한인들에게 친숙한 탐 라본지 시의원이 이어받았다. 페라로 별세로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후 현재까지 이 지역구를 지키고 있는 라본지 시의원의 4지구 수성은 오랫동안 페라로 전 시의장의 수석보좌관으로 그를 보좌한 인연이 토대가 됐다. 라본지 시의원이 당시 보궐선거에서 처음 당선됐던 날, 할리웃의 어느 식당에서 열렸던 선거 후 축하파티 현장에 취재차 나갔던 기억도 있다.
그로부터 14년이 흐른 지금, 젊은 1.5세 한인 데이빗 류 후보가 이 지역구에서 한인 최초의 LA 시의회 입성의 꿈에 대담하게 도전하는 것을 보고 있는 감회는 남다르다. 지난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단 2명의 백인 시의원만이 대표해왔던, 페라로의 계보가 흐르는 이 지역구에서 아직은 LA 정계의 소수 중 소수인 한인이 담대한 도전을 펼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라본지 시의원의 뒤를 잇기 위해 몰린 총 14명의 후보들 가운데 유일한 아시아계이면서도 2위 득표로 5월에 열릴 결선 진출이 확정적인 데이빗 류 후보의 선전은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스타일과 부지런하게 발로 뛰는 성실성을 주류사회에서도 인정받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또 한인사회의 적극적인 지원과 투표에 참여한 한인 유권자들의 보트 파워가 상당 역할을 한 것도 물론이다.
결선에 진출해 맞붙게 될 상대가 현 라본지 시의원의 수석보좌관 출신인 캐롤린 램지 후보인 점은 류 후보에게 또 하나의 도전이다. 램지 후보의 수석보좌관 경력이 2년여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이같은 지역구 기반을 페라로에서 라본지 시의원으로 이어진 계보 잇기의 연장선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데이빗 류 후보가 예선에서 보여준 가능성을 바탕으로 다가오는 결선에서도 더욱 부지런한 발품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또 지역구 전체의 표심을 얻을 수 있는 정책 비전을 제시하는 선거운동 펼친다면 LA 첫 한인 시의회 입성이라는 목표가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한인들의 더욱 적극적인 지지와 후원도 필요조건이다.
이처럼 류 후보가 성공을 이룬다면, 이를 계기로 향후 보다 많은 한인 차세대들이 LA 정계에서 훌륭한 정치인과 공직자로 성장해 시 발전은 물론 한인사회 정치력 신장에도 기여하면서 먼 후일 페라로처럼 이름을 남길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그리 지나친 기대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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