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내가 일하는 회사에서는 2014년 고과평가를 직원들에게 통보하고 연봉 인상분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고과가 좋게 나온 직원들에게는 즐거운 마음으로 감사와 격려를 전할 수 있었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힘든 대화를 할 수밖에 없어서 결과를 알려주는 매니저나 통보를 받는 직원 모두 감정소진이 큰 한주였다.
통상 고과평가가 끝나고 나면 회사 안팎으로 더 낳은 조건을 찾아서 혹은 의도된 타의에 떠밀려서 이직과 자리이동이 많아지곤 한다. 경기가 과열양상을 띨 정도로 좋아진 지난 1-2년 사이에 어떤 부서들은 그야말로 회전문을 방불케 사람이 들고 나가고 있다. 90년대에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존재했다.
한달간의 연수원 합숙훈련으로 시작한 삼성그룹 공채 신입교육은 애사심 고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합숙에 이어 삼성라이언스 프로야구팀 응원전으로 마무리되던 신입사원 교육코스가 끝날 즈음에는 그야말로 자랑스러운 삼성인으로서 회사에 평생 충성을 바치겠다는 열정이 불타올랐었다.
IMF외환 위기이후 한국에서도 이제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구조조정이 기업문화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고 들었다. 나는 그즈음 때맞춰 생긴 다른 기회를 찾아 외국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레이오프문화에 노출되기 시작했고 실리콘밸리에서의 지난 15년간 직장생활은 각종 형태의 구조조정과 함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에는 해고라는 개념과 다른 레이오프문화를 편견없이 받아들이는 자체가 힘이 들었지만 개인기나 정리에 의존하기보다는 프로세스와 조직론에 입각해서 일과 개인을 분리하는 문화가 합리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시장원리에 철저하게 입각한 기업문화로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노동유연성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주고 또한 개인에게도 지속적인 발전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믿게 된 것이다. 편안하고 안주된 일상보다는 무언가 불편하고 불안정한 상황이 절실함이 되어 변화를 주도한다고나 할까. 앞으로 몇주 안에 나는 또다시 사직서를 직면할지도 모르겠다.
많은 이력서와 면접에 치이며 떠나간 직원의 공석으로 인한 중요한 프로젝트 차질에 불안해하며 불편한 시기를 감내해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새직원이 자리를 잡을 즈음은 다시 또 똑같은 사이클을 반복하며 그러면서 사실은 발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지는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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