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로스가토스에 있는 트레일에서 하이킹을 했다. 마침 그날은 내 생일이었다. 덤덤히 산에 오르면서 세월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고 또 한살 먹는구나 생각했다. 사람, 아니 생명체가 이 세상에 나와 열심히 살다 언젠간 가고 또 다른 생명체가 태어나 한쪽에선 기뻐하고 다른 쪽에선 간 사람을 그리워하며 슬퍼하고 인생은 그리 도는 것이구나 싶었다.
문득 나를 낳고 고생했을 엄마도 떠올렸다. 또 내 아이들에게 엄마로서 어떻게 따듯한 감성과 바른 가치관을 전해줄까 잠시 고민했다. 그때 내눈에 들어온 것이 오렌지 노랑의 그림같이 예쁘게 듬성듬성 나있는 실크 같은 촉감의 스칼렛 핌퍼넬(Scarlet Pimpernel)이었다.
다음 주 정도 와보면 아마 빽빽하게 나 있을것 같기도 하다.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한 것이 걸어 올라가는 길마다 불을 밝혀주는 듯하고 기분까지 상쾌해져 내려가는 길은 말할 것도 없고 올라가는 길이 전혀 힘이 들지 않았다. 힘이 안 들었던 이유는 눈이 호강하고 기분이 밝아져서 그랬지만 그 꽃들을 보며 내가 순간순간 살며 걱정했던 부분들조차도 안심하게 됐기 때문이다.
아무도 물을 뿌려주거나 돌봐주지 않아도 그렇게 당당하게 아름답게 피어있는 스칼렛 핌퍼넬을 보며 자연과 자연의 섭리에 다시한번 놀라고 감사하며 잠시 내 아이들을 생각했다. 한살부터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기고 불안하며 미안했던 마음이 컸다.
아이들이 내게 와서 편하게 모든걸 이야기하고 땡깡을 부릴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은 독립심이 유난히 강해 늘 깜빡깜빡 하는 나를 오히려 챙겨주었다. 그러다보니 어떤 때는 기강을 잡으려고 해도 늘 미안함이 자리잡고 있어서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주는 아이들이 신기하고 고마웠다.
이제는 엄마가 괜찮은가 묻고 걱정까지 해주니 기특하기까지 하다. 어느새 산을 내려올 때쯤 걱정이 싹 가시고 내 아이들도 산길에 스칼렛 핌퍼넬처럼 졌다가도 때가 되면 다시 피고 옆에서 많이 챙겨주진 못했지만 엄마가 자기들을 사랑한다는 정도는 알리라 생각됐다.
그러고 나니 내려갈 때는 불안하거나 미안했던 마음이 저렇게 저 꽃들처럼 주변 사람들을 환하게 해주고 위안이 돼줄 수 있는 괜찮은 사람으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의 여유까지 갖게 됐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