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데이비스 센터에서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정기연주회를 다녀왔다. 장학퀴즈의 테마송으로도 익숙한 하이든의 트럼펫 교향곡이 연주되었고 깨끗하고 맑은 트럼펫의 선율에 관중들은 열광하였다.
SF심포니의 수석 트럼펫연주자 마크 이노우에는 베이스연주자와 즉흥 재즈연주로 앙콜 화답을 하였고 관객들은 인터미션을 미루면서까지 자리를 지키며 경청하였다. 여느때와는 달리 이십대의 청년관객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고 그들의 열광과 리드미컬한 베이스에 곁들여진 감미로운 트럼펫 재즈음악은 버날 에퀴녹스(Vernal Equinox) 이기도 했던 만월의 금요일밤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지난 사년여간 SF심포니 정기회원으로 매시즌 예닐곱번의 공연을 관람할 때 자리를 함께한 관객들은 대부분이 백인노년층이였다. 피아니스트 유자왕 혹은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무터 같이 유명연주자가 협연을 하는 날이면 만석이 되면서 다양한 연령대가 들기도 하고, 오늘처럼 흔치 않은 트럼펫 독주가 있는 날이면 아마도 트럼펫을 공부하고 있을 젊은 청년들이 객석을 채우기도 하지만 교향악단의 재정안정은 백인 노년층의 지지로 인한 것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젊은세대에게 외면받는 미국의 클래식음악은 죽었다라고 흔히들 말한다. 절박함이 변화를 야기한다고, 지난해 말 SF심포니는 사운드 박스라는 실험 프로그램을 도입해 데이비스 센터 근처 리허설 공간을 나이트 클럽으로 탈바꿈 시키고, MTT로 잘 알려진 SF 심포니 상임지휘자 마이클 틸슨 토마스를 앞세워서 현대 작곡가들의 교향곡을 디지털 음원과 접목시킨 퓨전콘서트를 올리기 시작했다.
정장도 정숙도 요구되지 않고 칵테일 한잔에 몸을 흔들며 저렴한 가격으로 수준높은 근대 교향악을 세련된 현대적 비트와 접목해 감상할 수 있다하니 젊은세대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고 뜨겁다고 전해진다.
공연 하루전 목요일에는 큰아이 중학교 오케스트라 연주회가 있었다. 백인 비중이 월등히 높은 학교임에도 많은 수의 연주자들은 아시안 계통의 아이들이었다.
동양인 가정의 클래식음악 선호도를 반영하는 지표일텐데 막상 심포니 공연장에서 동양인 연주자나 관객을 찾아보기 힘든 아이러니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어찌되었건 이 아이들의 음악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여러가지 갈래로 길을 찾아서 고전음악 계승 혹은 현대음악 접목의 눈부신 발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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