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송금 받는 신흥 중산층 등장… 빈곤층 복지는 더 악화
▶ 미 정부 송금한도 상향조정... 백인수혜자가 흑인의 2.5배
<아바나>
호나스 에체바리아가 고기를 잡고 있는 강은 쿠바 정부가 민간 기업들을 허용하면서 새로운 고급 식당들과 스파, 미용실 등이 많이 들어선 지역을 관통하며 흐른다. 낡은 저택들과 호화스러운 아파트 블록은 과거의 부와 현재의 부를 상징한다. 팔라다레스라 불리는 개인 소유 식당들은 포크 텐더로인, 필레 미뇽, 오렌지 덕 같은 메뉴들을 관광객들과 방문차 온 쿠바 출신 미국인들, 그리고 쓸 돈이 넉넉한 쿠바 기업가들에게 제공한다.
이런 음식은 식품 저장고에 몇 개의 달걀과 플란테인 바나나, 그리고 약간의 롤 밖에 없는 에체바리아로서는 먹을 수 없는 것들이다. 그가 사는 동네는 리틀 스왐프라고 불리는 판자촌이다. 이곳에 사는 주민들 가운데 해외 친척들로부터 송금을 받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양철과 판자 조각으로 지어진 허름한 집들은 홍수에 속수무책이다. 팔라다레스에 가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하루하루 고기를 잡아 연명하는 에체바리아는 “그곳엔 결코 갈 수 없다. 먹는 물조차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쿠바가 민간 기업들에 문호를 열면서 가진 계층과 갖지 못한 계층, 그리고 백인과 흑인의 격차는 날로 벌어지고 있다. 이런 격차는 미국이 미국 내 쿠바인들의 모국 송금 허용액을 연간 2,000달러에서 8,000달러로 대폭 올리면서 한층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총 10억에서 3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송금은 쿠바 내 새로운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런 현금 수혈은 최근 관광수입과 광물, 제약, 사탕수수 수출등과 함께 쿠바 경제를 지탱시켜주는 중요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점차 많은 미국인들이 쿠바를 찾고 관계정상화를 위한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송금액 상향조정 조치는 “쿠바인들을 돕게 될 것”이라고 오바마 행정부는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일부 쿠바인들은 다른 쿠바인들보다 더 큰 혜택을 즐기고 있다. 쿠바 경제전문가들은 백인들은 흑인들보다 송금을 받을 가능성이 2.5배 높다고 말한다.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숙박업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리틀 스왐프 같은 곳에 거주하는 쿠바인들은 경제적 실과를 거의 맛보지 못하고 있다.
하버드대학 아프로-라틴 아메리칸 연구소 책임자인 알레한드로 델 라 푸엔테는 “송금은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을 만들어 냈다. 특히 인종적 불평등이 더욱 그렇다”고 지적한다. 그는 “요즘의 송금은 소비에 사용됐던 과거와 달리 새로운 민간업체를 만드는데 사용된다”고 덧붙였다.
쿠바 정부는 뒤처진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전략의 핵심인 민간기업 증진책은 빈민층을 위한 소셜 프로그램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아바나 중심가에 걸린 빌보드 문구처럼 “쿠바의 변화는 더 많은 사회주의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쿠바의 빈곤층들은 복지가 날로 악화되고 외국으로부터 송금을 받는 쿠바인들이 누리는 혜택에서 소외되면서 좌절감이 깊어간다. 쿠바 경제를 연구하는 캐드 헨켄은 “지난 20년간 쿠바가 점차적으로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면서 쿠바는 더욱 불평등해졌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런 판자촌들은 라틴 아메리카 어디든 있다. 쿠바는 혁명을 통해 불평등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들어오면서 일부 쿠바인들은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게 됐으며 이것이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아바나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타비엔 식당의 주인 호세 라울 콜로메는 통상적으로 손님의 대부분은 관광객들이나 주재원들이 아닌 쿠바 현지인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잘 나가는 화가들이나 운이 좋은 기업가들이 이들”이라며 “관광객들이 많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중산층이라 불리는 쿠바인 손님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리틀 스왐프 같은 빈민촌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방인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경제가 성장하는 것을 목격하면서도 자신들은 소외됐다는 감정 때문이다. 새로운 사업은 대부분 백인들 차지다. 검은 피부의 쿠바인들은 혁명 덕에 교육과 의료 분야에서 검은색 쿠바인들이 혜택을 본 것은 사실이지만 자본주의에 따른 혜택에서는 비껴나 있다는 사실을 아주 조심스럽게 언급한다.
베다도 지역 관광호텔에서 일하는 마릴린 라미레즈는 “일하러 가기 위해 새로운 고급 동네를 지나면서 보면 나 같은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외국에 있는 친척들로부터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폭우로 엉망진창이 된 좁은 방을 가리키며 “그랬다면 이런 곳에서 살겠느냐”고 반문했다.
구소련의 붕괴로 쿠바 경제가 어려움을 겪었던 1990년대 이른바 ‘특별시기’ 이후 수많은 쿠바인들은 당국 허가도 없이 농촌을 떠나 아바나로 이주했다.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희망에서였다. 이들 중 많은 이들은 리틀 스왐프 같은 곳에서 여전히 난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당국 허가 없이는 주소지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은 배급통장 같은 정부 프로그램에 등록을 할 수 없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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